르네상스 하면 사람들은 보통 화려한 미술, 인문주의,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같은 천재들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시대라고 떠올립니다. 그런데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 시대를 열어젖힌 진짜 동력은 거창한 철학도 아니고 뛰어난 천재들도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콩을 태워 우려낸 쓴 물, 그러니까 커피가 사람들을 책상 앞에 묶어놓고 노동자로 만들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든 게 아니겠습니까. 오늘날 IT 개발자들이 카페인 없으면 코드 한 줄도 못 치듯이 르네상스의 지식인들도 커피 없었으면 아마 신성로마제국이 아니라 신성한 낮잠 제국을 세웠을지도 모릅니다.

그 시절 유럽인들은 원래 술을 물 대신 마시고 살았습니다. 물이 오염돼서 마시면 탈이 나니까 낮에도 맥주, 포도주를 마셨죠. 그러니 정신이 또렷할 리가 없었고, 중세 시대가 그렇게 길게 이어진 것도 어쩌면 '만취의 역사' 때문이다 이렇게 농담처럼 말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낮에도 취해 있고 밤에도 취해 있고, 신을 찬양하며 목욕도 안 하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커피라는 물질이 들어온 겁니다. 술 대신 마시니 정신이 맑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니 사람들 눈에 세상이 갑자기 복잡하고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 이제는 나도 생각해볼까?" 하고 말이죠.

그러니까 르네상스의 시작은 사실 생각의 승리가 아니라 각성제의 승리였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갑자기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입니다. 평생 술 기운에 흐릿하던 눈이 활짝 떠지면서, "아, 인간은 신의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였구나!"라는 깨달음이 온 것입니다.

물론 그 깨달음 뒤에는 한숨 섞인 진실이 있었습니다. 깨달았으니, 이제 일해야 한다는 사실. 커피라는 검은 액체가 인류에게 가져다준 가장 거대한 변화는 "회복된 이성"이 아니라 "회복된 노동시간"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예술가들은 수십 년 동안 교회만 그리다가 "사람을 그려도 된다"는 새로운 욕망을 품었고, 상인들은 돈 냄새를 맡고 금융업을 발전시켰습니다.


학자들은 잠을 줄이고 글을 더 쓰기 시작했고, 심지어 철학자들도 책상에서 꾸벅꾸벅 졸다 커피를 마시고 논문 길이를 길게 늘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대학 교수님들이 괜히 하루에 커피 세 잔씩 마시는 게 아니지요. 그건 그냥 문화가 아니라 전통입니다. 르네상스의 악습이라 해도 됩니다.

물론 우리는 룩소르 조각상이나 시스티나 성당 천장을 보며 감탄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 예술이 진짜 순수한 영감에서 나왔을까요? 아니면 누군가 "야, 기한 내에 완성 못 하면 돈 못 준다"라고 말했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미켈란젤로가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며 밤샘 작업을 했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인류 최고의 예술품들은 잠들지 못한 사람들의 카페인 각성 열매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인류는 중요한 결론 하나를 내립니다. "깨달음은 좋지만, 그 깨달음 때문에 더 일하게 되는 건 싫다." 그래서 르네상스 이후 사람들은 지식을 쌓아 기술을 만들고, 기술을 쌓아 기계를 만들고, 기계를 만들어 결국 '인간 대신 일할 존재'를 발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500년 동안 인간이 열심히 발전한 이유는 순수한 진보의 욕망이 아니라, 일하기 싫은 마음이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 다 한마음이었을 겁니다. "더 이상 인간이 일해서는 안 된다. 기계야, 너가 해라."

결국 르네상스는 인류가 술에서 커피로 갈아탄 순간부터 시작된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쓴 음료가 인간을 깨우고, 인간이 깨어 있으니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니 일하게 되고, 일하다 보니 기술을 만들고, 기술 덕분에 커피 머신까지 생겨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그 커피 머신 앞에 서서 다시 한번 스스로를 각성시키고 있습니다. 중세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일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르네상스는 인간이 신에서 벗어난 시대가 아니라, 잠에서 벗어나 억지로 일하게 된 시대였습니다. 쓴 물 한 잔 때문에 인류는 수백 년간 일했고, 지금도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