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에서 미국 공무원으로 DC지역에서 살게된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아침마다 백악관 근처를 지나면 미국 정부에서 일하고 있다는 실감이 나기도 하지만, 정작 집으로 돌아오면 그냥 평범한 아저씨일 뿐.

매일같이 검토해야하는 서류 더미와 미팅으로 가득 차 있지만, 재미있거나 이상한 뉴스거리는 언제나 한국에서 들려온다.

이번에는 대한항공 이야기였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 합병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듯 로고까지 갈아치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대한항공과 특별히 깊은 연이 있는 건 아니다.

4~5년에 한 번쯤 한국 갈 때, 밥 잘 나오고 스튜어디스 서비스가 싹싹해서 그냥 무난하게 고르는 항공사일 뿐이다.

그런데 이번 로고 교체는 보자마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새 로고를 보니, 뭐랄까... 그냥 로고를 바꾸기 위한 로고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색깔을 단색으로 바꾸고 이전에 보이던 태극마크를 단순화한 것 같은데, 솔직히 예전 로고가 산뜻해 보인다. 

이걸로 "새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을 한다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인터넷으로 사람들 반응도 대체로 시큰둥하다. 오히려 "괜히 돈만 썼다"는 말이 많다.

대한항공이 진짜 손봐야 할 건 따로 있지 않나. 마일리지 같은거....

아시아나 합병후 부터 마일리지로 예약하려고 하면 늘 막혀 있고, 원하는 일정은 잡기 힘들다.

게다가 좌석 업그레이드 같은 건 거의 로또 수준 아닌가.

로고를 교체한다고 해서 고객들이 "아, 이제 마일리지 예약 잘 되겠네"라고 느낄 리가 없는데...

왜 굳이 이 타이밍에 로고를 건드리고 그 많은 비행기 도색을 다시 한다고 돈을 들이는 걸까?

내가 보기에 기업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겉치레'다.

서비스 개선이나 고객 만족 같은 근본 문제는 손대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 번지르르하게 바꾸려는 시도 말이다.

대한항공만 그런 게 아니다.

구글도 괜히 로고 폰트 바꿨다가 욕먹은 적 있었고, 동네 가게들도 간판만 번쩍하게 바꾸고 정작 음식 맛은 그대로인 경우 많다.

기업의 삽질은 규모만 다를 뿐 어디서나 비슷하다.

사실 이런 뉴스를 보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곧 마음이 누그러진다.

결국 회사라는 것도 사람들 모임이니, 판단을 잘못할 때가 있는 거다.

다만 문제는, 대한항공처럼 국가 브랜드까지 떠안고 있는 회사라면 이런 실수는 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세계 무대에서 태극 마크 달고 나는 비행기가 괜히 "로고 장난질하는 회사"로 보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큰 불만은 없다. 어차피 나는 한국 갈 때 밥 잘 나오고 서비스 괜찮으면 만족한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마일리지 예약이 좀 더 수월해지고, 서비스에서 진짜 혁신이 느껴지길 바란다.

그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변화다.

결국 이번 로고 교체는 기억 속에 오래 남지도 않을 일일 것이다.

다음번에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을 때, 아마 나는 또 대한항공 앱을 열고 "밥 잘 나오고 승무원들 친절하면 됐지" 하면서 예매할 거다.

사실 우리 같은 평범한 고객 입장에서는, 이런 해프닝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또 시작이네" 하고 넘어가는 일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