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A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 종일 숫자와 씨름하지만, 사실 요즘 제일 많이 누르는 버튼은 계산기보다도 따로 있습니다. 바로 "Skip"아니면"Not now"입니다. 페이스북이든, 지메일이든, 쇼핑 사이트든, 인터넷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뭔가를 추가로 하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 작은 버튼을 누릅니다. Skip 또는 Not now.

아침에 출근해서 지메일을 열면 바로 시작입니다. "더 강력한 보안을 위해 2단계 인증을 추가하시겠습니까?" 이미 바쁜데 또 뭔가 설정을 해야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보안 중요하죠. 그래도 지금은 클라이언트 이메일부터 처리해야 합니다. Not now.

점심시간에 잠깐 페이스북을 보면 이번에는 이런 메시지가 뜹니다. "프로필을 더 돋보이게 꾸며보세요." "추천 친구를 추가하세요." "그룹에 가입해보세요." 가만히 보면 이 모든 기능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결국 또 누릅니다. Not now.

이커머스 사이트는 더 적극적입니다. 물건 하나 사려고 들어갔는데 결제 직전에 묻습니다. "프리미엄 멤버십 가입하시겠습니까?" "추가 보증을 원하시나요?" "관련 상품을 함께 구매하세요." 처음에는 친절해 보이지만, 계속 반복되면 피로감이 쌓입니다. 그냥 필요한 것만 사고 싶을 뿐인데 선택지가 계속 늘어납니다. 그리고 또 누르게 됩니다. Not now.

회계 일을 하다 보니 이 현상이 더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요즘 서비스들은 단순히 한 가지 기능만 제공하지 않습니다. 기본 서비스 위에 옵션을 계속 쌓아 올립니다. 프리미엄, 플러스, 프로, 애드온. 결국 사용자에게 선택 부담이 넘어옵니다.

사람의 뇌는 선택이 많아질수록 피곤해집니다. 대도시에서 일하고 살다 보면 이미 하루에 수십 번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클라이언트 대응, 일정 조정, 비용 판단, 업무 우선순위. 이런 상태에서 인터넷까지 계속 선택을 요구하면, 가장 쉬운 선택은 하나입니다. Not now.

재미있는 건 이 버튼이 일종의 현대인의 방어 장치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기술은 계속 확장되고, 서비스는 계속 기능을 추가하지만, 사용자의 시간과 에너지는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지금은 더 이상 확장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셈입니다.

사무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자주 봅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새로운 절세 전략이나 회계 시스템을 설명하면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지금 바로 하죠." 그리고 더 많은 경우는 "좋은데요, 나중에 검토해볼게요." 결국 비즈니스에서도 Not now는 가장 흔한 결정입니다.

요즘 인터넷을 쓰다 보면 한 가지 생각이 듭니다. 플랫폼들은 계속 우리의 참여를 늘리려고 하고, 우리는 계속 참여를 줄이려고 합니다. 그 사이에서 Not now는 일종의 균형 버튼이 됩니다. 완전히 거절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바로 받아들이지도 않는 중간 지점입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궁금해서 다 해봤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시간이 더 소중해졌고,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편합니다. 기능이 많은 것보다, 필요한 것만 되는 서비스가 더 좋습니다.

어쩌면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더 적은 선택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