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편의 해외 발령으로 2017년에 미국 시애틀 지역에 정착한 서울 토박이 43세 한국 주부입니다.
지금은 워싱턴 주 타코마(Tacoma)에서 벌써 6년째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시애틀 중심가나 벨뷰, 커클랜드 쪽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실제 살아보니, 이 지역은 물리적인 거리보다도 ‘삶의 밀도와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시애틀과 타코마는 1시간 거리지만, 체감상으론 완전히 다른 공간이에요.

타코마는 시애틀 남쪽으로 약 35~50분 떨어져 있습니다. 지도로 보면 가까워도, 교통 체증이나 생활 패턴 차이 때문에 실제 살아보면 ‘서울과 수원’ 이상의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타코마만의 여유롭고 자연적인 분위기가 강남식 바쁘고 조급한 삶에 지쳐 있던 저희 가족에겐 딱 맞았습니다.

주택 가격은 시애틀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바닷가 산책로(Ruston Way), 녹지 많은 공원, 한산한 마트가 있어서 아이 하나 키우기에 딱 좋은 ‘숨통 트이는 도시’. 시애틀처럼 문화적 다양성이나 대형 공연, 맛집의 스펙트럼은 좁지만 반대로 생활 스트레스나 치열함은 확실히 덜합니다.

저희 부부는 영주권 신청해서 곧 받을예정이고 저희 아들은 현재 타코마 내 퍼블릭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미국 공립학교 교육은 강남 학부모 기준에서 보면 한없이 느슨해 보일 수 있어요. 선행학습? 사교육?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아이가 자존감 있게 말하고, 친구들과 협동하는 방법을 배우고,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 모습 보면서 ‘무작정 한국식이 정답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은 온라인 수학 튜터링한국어 학습으로 병행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 대입을 위해 평판 좋은 사립학교도 검토 중이에요.

팬데믹을 지나며 체감한 지역 커뮤니티의 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이 조용한 타코마 도시도 한동안 멈췄습니다.

아이 학교는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남편은 재택근무로 전환.

매일 집에서만 지내면서, 처음엔 답답했지만 오히려 가족 간의 유대감이 깊어졌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기, 타코마 커뮤니티는 꽤 따뜻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서로 필요한 물건 나눔을 하기도 했고, 필요한 가정에 무료 도시락 배달을 해주는 등 ‘사람 사는 동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2017년에 이미 미국 정착을 계획한터라, 타코마 남쪽 Fircrest 지역에 3베드 주택을 약 38만 불에 구매했습니다. 이후 팬데믹 기간 동안 집값은 빠르게 올랐고, 한때는 Zillow 기준으로 55만 불 이상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2023년 들어 이자율 인상과 함께 다소 조정이 왔지만, 여전히 시애틀 대비 가성비가 뛰어나고, 렌트 수요도 안정적입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University Place, North Tacoma, Gig Harbor 쪽도 주목하고 있죠. 학군과 자연환경이 동시에 잡혀 있는 곳입니다.

타코마에서의 삶은 바쁜 도심을 벗어나 여유 있는 가족 중심의 일상을 원할 때 참 괜찮습니다.

마트 주차 걱정 없고, 주말마다 숲이나 해변 가는 게 일상이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한국에서 백화점에서 딱 맞는 옷을 고르던 그 재미, 배달의 민족으로 10분 만에 보쌈과 치킨이 도착하던 그 세계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그래도 이곳에선 아침마다 커튼 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 뒤뜰에서 뛰노는 아들을 보는 기쁨, 그리고 잠들기 전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정적
저에게 위안이 됩니다.

타코마는 시애틀에서 멀지 않지만, 분위기는 분명히 다릅니다. 바쁘고 꽉 찬 도시에서 벗어나 ‘숨 좀 쉬고 싶다’는 분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글이 이민이나 미국 내 이주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작은 정보가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