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애비뉴를 따라 걷다 보면 하얀 벌집 같은 외관이 눈길을 확 붙잡아요.

2015년 문을 연 더 브로드(The Broad)는 ‘모던’이란 단어를 건축으로 번역해 놓은 듯한 건물 덕분에, 아직 안에 들어가 보지 않았어도 이미 한 장 찍고 가야 할 핫스폿입니다.

무엇보다 일반 전시 입장이 무료라서, LA 물가에 지친 여행자에게는 꿀 같은 휴식처가 되어주죠. 

이 독특한 외관은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DS+R)의 ‘베일‑앤‑볼트’ 개념에서 출발했어요. 속살이자 수장고 역할을 하는 볼트(창고)를 중앙에 두고, 그 위·아래로 전시실과 로비가 붙어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감싸는 반투명의 베일 구조 덕분에 자연광이 은은하게 스며들어 작품을 더 또렷하게 비춰 줍니다. 덕분에 한낮엔 전시실 조명이 거의 필요 없을 만큼 밝아요.

소장품은 2,000점이 넘는데, 대표적으로 앤디 워홀·장‑미셸 바스키아·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팝아트 거장들의 대형 캔버스를 통째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가장 인기 많은 공간은 야요이 쿠사마의 인피니티 미러룸. 한 번에 60초 정도밖에 못 머무르지만, 거울이 끝없이 반사시키는 별빛 풍경은 매번 감탄을 자아내요. 티켓은 매달 선착순으로 풀리니, 홈페이지 알림 설정은 필수입니다.

2025년 5월 10일부터는 제프리 깁슨 개인전 ‘the space in which to place me’가 1층 전체를 차지합니다.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을 그대로 옮겨온 전시라 회화·조각·영상까지 총출동하고, 형형색색 비즈·프린지로 장식한 대형 토템은 사진 욕구를 자극할 거예요. 여름 여행객이라면 냉방이 빵빵한 이 전시실에서 잠시 더위를 피하는 것도 좋겠죠.

더 브로드는 현재 확장 공사도 한창입니다. 호프 스트리트 쪽으로 새로운 갤러리와 야외 테라스, 공연 공간이 들어서며 2028년 LA 올림픽 전에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해요. 덕분에 앞으로는 워홀·바스키아 같은 대표 작품을 더 여유롭게 배치하고, 지역 아티스트 프로그램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공사 기간에도 기존 건물은 정상 운영하니, 혹시 공사장 펜스가 보여도 당황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방문 팁을 조금 더.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바로 맞은편이라 구글 지도로는 쉽게 찾을 수 있고, 메트로 리저널 커넥터(아오노/호프 역)에서 도보 3분이라 대중교통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주차장은 3.5달러/15분이라 다소 비싸니, 가능하면 지하철이나 라이드셰어를 추천해요.

인피니티 미러룸 예약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해 1층 락커에 짐을 맡기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 메인 갤러리부터 둘러보면 동선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한 바퀴 돌아 나오면, 로비 천장 너머로 보이는 곡선형 볼트가 색다른 뷰를 선사하니 눈길 한번 더 주세요.

그렇게 작품과 건축, 두 감상을 모두 챙기고 나오면, 더 브로드가 왜 LA 필수 코스인지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