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1은 세계 각국을 돌면서 진행하는 자동차 경주 대회인데, 기술, 자본, 전략이 다 얽혀 있는 종합 스포츠에 가깝습니다. 각 팀이 직접 설계한 머신을 들고 전 세계 서킷을 돌면서 경쟁하고, 엔진 성능은 기본이고 공기역학, 타이어 관리, 피트 전략, 드라이버의 순간 판단까지 전부 승부를 가릅니다. 한 시즌에 움직이는 돈 규모도 어마어마해서, 자동차 기술 발전의 실험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F1을 흔히 바퀴 달린 기술 전쟁이라고 부르죠.
이 영화의 중심에는 소니 헤이스와 조슈아 피어스라는 두 드라이버가 있습니다. 실제 드라이버는 아니고, 가상의 11번째 F1 팀인 에이펙스GP 소속이라는 설정입니다. F1 좀 본 사람이라면 여기서부터 살짝 웃음이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팀 하나 들어오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영화에서는 아예 11번째 팀을 당당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시작부터 판을 꽤 크게 벌인 셈이죠.
에이펙스GP 설정도 은근히 현실적입니다. 메르세데스 파워 유닛을 쓰는 커스터머 팀이라는 건데, 듣도 보도 못한 팀인데 엔진은 메르세데스라니까 괜히 그럴듯합니다. 차를 자세히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타미 힐피거, 익스펜시파이, 샤크닌자, MSC 크루즈, GEICO, EA 스포츠, IWC 같은 스폰서 데칼이 차체에 빼곡하게 붙어 있습니다. 그냥 영화용 가짜 로고가 아니라 실제 브랜드들이라 더 리얼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서 이 영화의 포인트가 하나 나옵니다. 제작진이 F1과 스폰서의 관계를 정말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F1은 스폰서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세계잖아요. 그래서 영화 제작 단계에서 아예 실제 스폰서를 모집해버렸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인데도 "이거 거의 실제 팀 아니야?"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PPL 제대로 한거죠. 특히 F1 중계를 자주 본 사람일수록 그 익숙한 로고들이 주는 몰입감이 꽤 큽니다.
차량 제작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보통 이런 영화는 CG로 떡칠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아날로그입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와 협력해서 촬영용 차량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진짜 F1 레이스카를 몇 대 사서 찍을 수는 없으니까, 토토 볼프의 의견에 따라 포뮬러 2 머신을 선택했습니다.
제작진은 달라라 F2 2018 차량을 무려 여섯 대나 구입해서, 메르세데스와 함께 F1 머신과 외관이 거의 비슷하도록 개조했습니다. 거기에 회전 카메라, 녹음기 같은 촬영 장비까지 달아버렸습니다. 그냥 영화 소품이 아니라, 레이스카를 통째로 촬영 장비로 만들어버린 느낌입니다. 이 정도면 영화라기보다 거의 실험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레이스 장면을 보면 확실히 다릅니다. CG 특유의 붕 떠 있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차가 트랙 위에서 버티고 미끄러지고 흔들리는 감각이 살아 있습니다. 카메라 앵글도 F1 중계에서 보던 시점이랑 겹치는 게 많아서 순간적으로 실제 경기 보고 있는 착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각잡고 만들어낸 영화 스토리는 솔직히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 공식입니다. 베테랑과 젊은 드라이버의 갈등, 팀 내부의 긴장, 성적 부진, 그리고 다시 도전. 완전히 새롭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F1이라는 무대 자체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이 뻔한 구조가 오히려 잘 어울립니다. 엔진 소리, 피트 전략, 팀 오더 같은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긴장감을 만들어줍니다.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F1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있습니다. 그냥 레이싱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F1이라는 세계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여주려는 집요함이 느껴집니다. 가상의 팀인데도 실제 그리드에 서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설정이 촘촘합니다.
F1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 영화로 보일 거고, F1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는 "제작진이 꽤 공부했네"라는 재미가 있습니다. F1 덕후라면 스폰서 데칼 하나하나 보면서 혼자 피식 웃게 될 겁니다.
결국 이 영화는 F1을 몰라도 즐길 수 있고 알면 더 재밌는 영화입니다. 가상의 에이펙스GP와 실제 F1 세계가 절묘하게 섞이면서,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엔진 소리 크게 틀어놓고 보면, 잠깐이나마 내가 패독 어딘가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지도 모릅니다. 레이싱 팬이든 아니든, 한 번쯤 볼 이유는 충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못보신 분들은 한번 시간내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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