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때만 해도 미국인 하면 남자건 여자건 한국사람보다 체격이 크고 건강한 살집이 붙어있는 이미지가 있었다.

요즘은 그 정도가 아니라 심각할 정도로 체중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수치를 보면 1970년대 미국 성인의 평균 체중은 남성이 약 76kg(166파운드), 여성이 약 65kg(144파운드)였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와서는 남성이 약 90kg(198파운드), 여성이 약 77kg(170파운드)로 늘어났다.

50년만에 평균체중이 10~15kg이 늘어난 셈이다. 이 체중 증가는 도대체 왜 일어난 걸까?

답은 우리 눈앞에 늘 있는 음식, 그리고 그 음식 속에 숨겨진 '과학의 산물'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액상과당(High-Fructose Corn Syrup, HFCS)과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이다. 이 둘은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고를 수 있는 식품, 특히 가공된 간식, 음료, 냉동식품 속에 널려 있다. 가격은 싸고, 맛은 좋고, 보관도 편해서 안 먹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게 문제다.


우선 액상과당부터 보자. 이건 말 그대로 옥수수 전분을 가공해서 만든 달달한 시럽인데,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식품업계에 등장했다.

설탕보다 훨씬 싸고, 액체 상태라 음료에 넣기 좋으며, 단맛도 강하다.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같은 탄산음료는 물론이고, 스포츠 음료, 빵, 소스류, 심지어 시리얼이나 요거트까지 이 액상과당이 들어간다. 문제는 이게 몸에서 처리되면서 지방으로 바로 전환되기 쉽고, 포만감을 덜 느끼게 만들어 더 많이 먹게 만든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우리 뇌를 속여 계속 배고픈 줄 알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다.

다음은 초가공식품이다. 요즘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간편식이 넘쳐난다. 냉동피자, 냉동햄버거, 미트볼, 가루스프, 에너지바, 과자, 캔디... 이 모든 것들이 초가공식품이다. 일반적인 조리나 단순 가공을 넘어서, 화학적 첨가물과 인공향, 색소, 감미료, 그리고 이름도 어려운 안정제들이 포함되어 만들어지는 음식들이다. 이런 음식은 대체로 칼로리는 높은데 영양소는 낮고, 뇌에 강한 보상 자극을 줘 중독처럼 자꾸 찾게 만든다.

여기에 생활습관 변화도 한몫했다. 70년대엔 밖에서 뛰어놀고 육체노동을 하는 일이 많았다.

지금은 앉아서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하루 종일 움직임이 적다. 배달음식은 클릭 한 번이면 집 앞까지 오고, 운동은 '해야지' 하면서도 시간 핑계로 미뤄진다. 소비자와 식품회사의 편리함이 만든 시스템은 결국 미국인들의 평균 체중을 끌어올렸다.

이건 단순히 외모 문제를 넘어서, 건강의 문제로 이어진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의 씨앗이 된다. 그리고 이미 미국의 의료비 지출 중 상당 부분이 이런 만성질환에 쓰이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배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

그래서 식습관을 바꾸려고 공부하던 중 이 '액상과당'과 '초가공식품'이 생각보다 무서운 존재란 걸 깨달았다. 단맛에 익숙해진 내 혀를 다시 훈련시키는 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고 있다. 라벨을 보고 설탕 함량을 확인하고, 가급적 가공되지 않은 음식들인 채소, 통곡물, 삶은 달걀, 닭 가슴살, 바나나 같은 것들을 먹으려 한다.

미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그 기회에는 음식도 포함된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건강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70년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70년대보다 더 신중하게 먹어야 하는 시대가 된것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