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NIMBY는 "Not In My Backyard"의 약자로, 직역하면 "내 뒷마당에는 안 돼"라는 뜻입니다.
미국에서 개발 프로젝트나 공공시설이 필요하다는 건 동의하면서도, 그게 자기 동네에 들어오는 건 반대할 때 쓰입니다.
예를 들어 "노숙인 쉼터 필요하지. 그런데 우리 한인타운 한복판에 쉘터짓는것은 좀 아니지 않냐?"
"아파트 공급 늘려야 하는 건 알겠는데, 우리 애 학교 옆에는 안 돼."
"화장터? 우리 단지 옆에는 절대로 안돼."
이런 식의 태도를 NIMBY라고 부릅니다.
사회 전체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 해도, 자기 집값이 떨어질까, 분위가 해칠까, 그리고 교통이 혼잡해질까 봐 반대하는 거죠.
NIMBY라는 단어가 생긴 건 1980년대쯤으로 알려져 있어요. 처음엔 원자력 발전소, 쓰레기 처리장, 교도소 같은 걸 두고 벌어진 논쟁에서 시작됐죠. 그러다 나중엔 아파트 개발, 교통시설, 저소득층 주택 같은 주제로 확대되면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커졌습니다.
지금은 NIMBY가 단순한 자기 보호심리 이상의 의미로도 쓰입니다.
"도시가 성장하려면 NIMBY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이런 비판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에 반대되는 흐름이 바로 YIMBY—"Yes In My Backyard"입니다.
NIMBY는 '필요한 건 알지만, 우리 동네는 안 돼.'
YIMBY는 '그래, 우리 동네에 해도 좋아.'
요즘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흥미로운 흐름 중 하나가 바로 YIMBY, 즉 "Yes In My Backyard" 입니다.
한때는 동네에 아파트 짓는다고 하면 주민들이 나서서 펄펄 뛰었죠. "우리 동네는 단독주택 지구야!" 하면서 이웃들 다 모여서 시청 앞에서 항의하고, 피켓 들고, 공청회에서 목소리 높이고.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슬슬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주택 부족 문제를 몸소 겪으면서 "왜 우리 동네는 이렇게 집을 못 짓게 막아?"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거든요.
저는 40대 부동산 업자입니다. 말하자면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며 땅도 보고 그 동네 분위기와 바람의 방향까지 읽으면서 사는 사람이죠.
예전엔 LA나 샌프란시스코처럼 규제가 빡빡한 도시들에선 웬만한 새 건물 하나 올리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골치 아픈 일이 수두룩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도 바로 그 도시들, 그러니까 진짜 집값 미친 듯이 오른 데서부터 사람들이 "이제 그만 좀 막자. 우리 동네에도 집 좀 지어라" 이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특히 캘리포니아가 NIMBY의 성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금은 YIMBY 운동이 제일 활발한 곳 중 하나입니다.
샌프란시스코나 오클랜드 같은 데선 젊은 테크업계 종사자들이 시의원 선거에도 출마하고, "주택 더 지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지지받는 모습도 보여요. 물론 아직도 반대하는 목소리 많죠. "우리 동네 분위기 망가진다", "주차자리 줄어든다" 같은 익숙한 말들. 근데 이젠 그런 목소리랑 균형을 이루는 찬성 의견도 꽤 생긴 겁니다.
이런 바람은 캘리포니아만의 일이 아닙니다. 텍사스의 오스틴, 워싱턴주의 시애틀, 콜로라도 덴버 같은 데도 마찬가지예요.
도시가 젊어지고, 이민자가 늘고, 렌트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니까 사람들이 "주택이 부족한 게 문제"라는 데 점점 더 공감하고 있거든요. 특히 오스틴 같은 도시는 테슬라 본사도 옮겨오고 테크 기업들이 몰리면서 인구 유입이 많았는데, 그만큼 살 집이 모자라니까 도심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이전 같으면 1층짜리 상점이던 건물이 어느새 5층짜리 콘도미니엄으로 바뀌고, 주차장 자리에 타운홈이 들어서는 걸 주민들이 그냥 받아들이는 분위기죠.
그렇다고 아무 동네나 YIMBY 현상이 터지는 건 아닙니다.
일단 교육 수준이 높고, 진보적인 정치 성향이 있는 지역에서 이런 흐름이 강해요. 왜냐면 이건 단순히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 이슈로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죠. "집값 비싸서 간호사도, 선생님도 못 사는 동네가 말이 되냐"는 말에 고개 끄덕이는 사람이 늘어난 거예요.
또 하나 눈여겨볼 포인트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새로운 시각입니다. 예전엔 도심 재개발하면 "가난한 사람 내쫓는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젠 공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오히려 도심에 더 다양한 계층을 살게 하자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지금 엘에이나 샌디에고 같은 데서는 ADU, 그러니까 단독주택 뒤뜰에 조그만 세컨드 유닛 짓는 걸 시가 아예 적극 장려하고 있고요.
제가 요즘 느끼는 건 이겁니다. 부동산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사회 분위기와 정치 성향, 경제 흐름이 모여서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거죠. 10년 전만 해도 이웃이 조용한 걸 중시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우리 아이가 이 동네서도 집을 살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어요. 그 걱정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고요.
앞으로 YIMBY 현상은 더 커질 겁니다. 주택 부족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게 아니고, 연준이 금리를 다시 낮춘다고 해도 공급이 늘지 않으면 답이 없거든요. 그래서 정책도 바뀌고, 주민들의 생각도 변하고 있는 거죠.
부동산 업자 입장에서 이런 변화는 기회입니다. 물론 규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주민 반발도 무시 못 하죠. 하지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건, 언젠가는 허가가 더 쉬워지고, 개발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거든요. 그걸 읽는 사람이 결국 다음 기회를 잡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이 동네는 YIMBY 바람이 불까?'를 생각하며, 지도 한 장 펼쳐놓고 동네 골목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