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 나이 40대 중반이 넘었고 UCLA 졸업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Over The Hill'인 나이를 제 나름대로 즐기려고 애쓰고 사는 중이죠. 인생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는거 ㅎㅎ
1999년도 부터 2005년까지 젊은시절 엘에이 지역의 생생한 파티문화를 기억하는 제가 요즘 직장의 새내기 후배들이나 조카들 얘기 들으면, '진짜 세상이 많이 달라졌구나' 싶습니다. 얼마 전엔 "우리들은 친구 많이 부르는 생일 파티 같은 것도 거의 안 해요"라는 말을 듣고는 진심 놀랐습니다.
아니, 주말에 모여서 파티 안 하고 뭐해?
저 때만 해도, 친구 생일이든 그냥 불금이든 이유 붙이기 나름이었죠.
금요일 토요일만 되면 아는 친구 또는 친구의 친구집에서 하우스파티, 헐리우드 클럽 아니면 한인타운 부킹클럽, 다운타운부터 벨리까지 다니며 레이브파티는 물론이고, 매년 친구들과 4월인가 열리는 코첼라까지 안가고 빠지면 손해 보는 줄 알았어요. 솔직히 말해서 그게 청춘이고 큰 재미였는데 요즘 20대는 우리때와는 정반대더라고요.
실제로 '애틀랜틱'지의 엘렌 쿠싱은 "미국인들은 파티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에세이를 발표하면서 엄청난 통계를 공개했습니다. 2023년 미국인 중 주말이나 휴일에 파티나 행사에 참석하거나 주최한 사람의 비율은 단 4.1%. 다시 말해, 미국 가구 25가구 중 1가구만이 사교 모임 계획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더 충격적인 사실. 지난 20년 사이에, 미국인들이 사교 행사에 들이는 시간은 50% 줄었고, 특히 15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층은 파티에 소비하는 시간이 무려 70%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요즘 내가 들은 젊은세대 이야기와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요?
쿠싱은 이걸 '반사회적 세기(The Anti-Social Century)'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요. 요즘 미국인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답니다. 친구나 이웃과 직접 만나는 시간은 20년 전보다 약 20% 줄었고, 특히 25세 이하의 미혼 남성은 35% 이상 줄었다고 해요. 젊은 세대가 친구가 적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지도요.
더 재밌는 통계도 있더군요. 요즘 남성들은 TV를 보는 시간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7시간이나 더 많고, 여성들은 반려동물과 보내는 시간이 사람 친구보다 많대요. 물론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넷플릭스, 유튜브, 게임, 틱톡...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온갖 콘텐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런데 전 이렇게 묻고 싶어요. "재밌는 일은 왜 꼭 성가시게 느껴지고 불편해야만 하는 걸까?"
우리 세대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파티를 즐겼습니다. 어색함도 있었고,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하는 게 힘들 때도 있었지만, 결국엔 그 안에서 친구가 생기고, 인생 얘기가 오가고, 진짜 '사람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죠. 물론 20대 나와 친구들은 여자사귀는게 가장 큰 관심거리이긴 했지만요.
사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파티를 즐기던 문화였어요. 1800년대 뉴잉글랜드 사람들도 겨울엔 움직이기 힘든데도 메이플 시럽 파티, 퀼트 파티 같은 걸 하면서 모였다고 하죠. 방문은 단순한 인사부터 출산 도우미, 고인에 대한 조문, 집 짓는 공동 노동까지 다양했고요. 그렇게 공동체를 만들고, 사는 맛을 느꼈던 거예요.
도시화가 되면서도 파티는 남아 있었습니다. 1970년대만 해도 미국 가정은 1년에 평균 15회 집에 친구를 초대했고, 2주에 한 번은 친구 집에 놀러 갔다는 기록이 있어요. 1990년대 후반 들어서야 그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죠.
물론, 요즘 사람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교류하고 있겠죠. 디스코드, 줌, 인스타 라이브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우정이 피어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국 얼굴을 마주하고, 웃고, 대화하고, 때론 어색하게 침묵하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Z세대라고 하는 젊은 세대가 파티를 하지 않는 이유가 이해는 갑니다.
팬더믹 지나면서 시대가 변했고, 젊은이들이 취업도 힘든편이고.... 무엇보다 스마트폰 앱으로 할만한 일들이 많아졌으니까요.
하지만 젊은이들이 불편해하는 파티에 참석하여 만나는 사람들과의 경험들이 삶을 바꿔주는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울리는 베이스에 몸을 흔들면서, 레드솔로컵에 채운 맥주와 함께 신소리 농담에도 웃는 그런 순간이 나중에 그리워 질텐데 말입니다.
하긴 요즘에는 미국 가정들이 이웃과 즐기는 바베큐문화도 크게 줄었다고 하니... 점점 우리가 '사람 사는 맛'을 잃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