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C 다니면 위험하다?"

처음 미국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땐, 나는 솔직히 과장된 얘기인 줄 알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미국 명문 사립대학이 있는 곳이 그렇게 위험할 리가 있을까?

하지만 로스앤젤레스는 지역마다 범죄율 차이가 크게 나고, 특히 USC 대학 근처는 그 복잡함이 잘 드러나는 지역이다.

 현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느낀 USC 근처 동네의 현실적인 '안전 수준'을 정리해보려 한다.

USC는 어디에 있나?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바로 남쪽, 정확히는 South Central LA 지역에 위치해 있다.
주소로 보면 "University Park"라는 이름의 동네인데, 지도상으로는 Figueroa Street, Hoover Street, Jefferson Blvd, Exposition Blvd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캠퍼스는 매우 크고 잘 정비되어 있지만, 그 경계를 조금만 벗어나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건물 외벽에 그래피티가 가득하고, 밤이면 거리에 사람 하나 없이 썰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캠퍼스 내부는 매우 안전하다

USC는 사립대학답게 캠퍼스 보안이 철저하다. 24시간 돌아가는 보안팀(DPS, Department of Public Safety)이 있고, 캠퍼스 입구에는 항상 경비가 지키고 있다. 학생증 없이는 주요 건물에 들어갈 수도 없고, 늦은 시간에는 차량 통제도 이뤄진다.

또한, USC는 "Campus Cruiser"라는 무료 셔틀 및 안전 귀가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밤늦게까지 공부한 학생이 안전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요즘은 "Trojan Check" 앱으로 캠퍼스 출입 관리까지 하니까, 캠퍼스 안에서만 생활한다면 큰 불안은 없다.

하지만 '캠퍼스 밖'은 얘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바로 캠퍼스 경계선 바깥이다. USC에서 도보 5~10분만 걸어나가도, 거리는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이 지역은 오랫동안 저소득층 주거지로 분류되었고, 갱단 활동이 잦았던 역사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재개발과 도시 정비로 분위기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자동차 털이, 강도, 절도, 총기 사건 등의 범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LAPD(로스앤젤레스 경찰)와 USC DPS는 정기적으로 USC 학생 대상으로 범죄 경고 이메일을 보낸다. "밤 10시에 Hoover St에서 강도 발생", "학생이 자전거 도난당함", "차 안에 가방 두지 마세요" 같은 알림은 흔하다.

시간대에 따라 안전도가 다르다

낮 시간대에는 비교적 안전하다. 동네 주민들이 아이들과 산책하거나 USC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커피숍이나 마켓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점심시간쯤엔 꽤 활기차다. 밤이 되면 분위기가 바뀐다. USC 주변 동네는 가로등이 어둡거나 없는 구역도 있어서, 밤에는 쓸쓸하고 약간 위협적인 느낌이 들 수 있다. 특히 혼자 걷거나 귀가하는 경우는 주의가 필요하다.

치안 문제는 USC도 인식하고 있다

USC는 이 지역 특성상 학교 차원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 LA 경찰과 협업해 'USC Patrol Zone'을 설정하고, 이 지역 안에서는 캠퍼스 외부까지도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CCTV 확대 설치, 야간 순찰, 학생 대상 범죄예방 교육 등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도 많지만, 여전히 사소한 부주의가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인 것도 사실이다.

내가 만난 많은 USC 학생들도 "처음엔 무서웠는데, 몇 가지 안전 수칙만 잘 지키면 문제없다"고 말한다.

결국 USC 주변의 안전이란 건, "어디를 걷느냐, 언제 걷느냐, 어떻게 다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명문대도, 그 주변이 자동으로 안전한 건 아니라는 거. USC에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면, 캠퍼스뿐 아니라 그 주변 환경까지 제대로 파악해두는 게 진짜 '입학 준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