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대 중반을 넘기고 밤을 새서 무리하거나, 술이라도 많이 마시게 되면 확실히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예전엔 자고 일어나면 다 회복됐는데, 지금은 다음 날 하루 종일 몸이 무겁고 눈도 뻑뻑하다. 혼자 살면 더 그렇다. 누가 챙겨주는 것도 없고, 아프다고 해서 누워 있으면 그 자체로 서러워진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식재료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그중 내가 가장 애정하는 식재료는 단연 마늘이다.

나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세 가지 루트로 마늘을 식탁에 올린다.

첫 번째는 에어프라이어 마늘구이다.

통마늘을 껍질째 넣고 중간으로 10분 정도 돌리면 속은 말랑말랑하고, 겉은 살짝 갈색빛이 돌면서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마늘 특유의 알싸함은 사라지고 고소함만 남는다. 요즘엔 저녁에 구운 마늘 몇 알 그냥 반찬으로 챙겨먹는 날도 있다. 그냥 소금 살짝 찍어 먹거나 올리브오일에 버무려도 근사한 찬거리가 된다. 혼자 사는 집에서 이렇게 간단히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게 은근히 뿌듯하다.

두 번째는 요리에 다진마늘을 아낌없이 쓰는 것이다. 김치볶음밥이든 된장찌개든, 심지어 계란후라이에도 다진마늘 한 스푼을 넣는다. '이렇게까지?' 싶은 조합에도 넣어보면 의외로 괜찮다. 예를 들어 고등어를 구울 때 다진마늘을 기름에 살짝 볶은 다음 고등어를 올리면 비린내가 쏙 빠지고 풍미가 확 살아난다. 된장국에 다진마늘 넣는 건 거의 내 고정 레시피고, 라면에도 마지막에 살짝 넣어주면 국물맛이 달라진다.

세 번째는 마늘 간장장아찌. 이건 약간의 정성이 필요하지만, 한 번 만들어두면 두 달은 거뜬하다. 통마늘을 깨끗이 손질한 다음 진간장, 식초, 설탕을 2:1:1 비율로 섞어 끓이고 식힌 다음 마늘 위에 부어준다. 냉장고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키면, 아삭하고 새콤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마늘 장아찌가 완성된다. 밥 먹을 때 한두 쪽 꺼내 먹으면 반찬이 따로 없다. 입맛 없을 때는 이 장아찌 하나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다. 특히 회식 다음 날 숙취가 있을 때 이 마늘장아찌는 마치 해장국처럼 기특하다.

마늘을 이렇게 먹다 보니 건강도 조금씩 달라졌다. 우선 감기에 잘 안 걸린다. 예전에는 겨울마다 한 번씩 꼭 앓았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기침을 해도 멀쩡하다. 그리고 소화가 잘 된다. 기름진 음식 먹고도 더부룩함이 덜하고, 몸이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이것만의 덕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마늘이 내 삶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는 덕분에 하루하루가 조금은 더 든든하다.

게다가 마늘은 혼자 먹을 때도 좋은데, 궁합이 잘 맞는 음식들과 같이 먹으면 효과도 맛도 배가된다. 예를 들어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은 마늘과 함께 먹으면 비린내도 잡고 혈관 건강에도 좋다. 돼지고기는 마늘과 찰떡궁합이라 말 안 해도 알겠지만, 마늘이 지방 분해를 도와줘서 기름진 고기를 먹을 때 속이 훨씬 편하고 몸속의 중금속 배출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의외지만 시금치와의 조합도 좋다. 시금치의 철분 흡수를 마늘이 도와주기 때문에 나처럼 빈혈 기미가 있는 사람에게는 딱 좋은 궁합이다.

혼자 살다 보면 자잘한 생활 패턴이 쌓여 나를 지탱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한 보양식은 없어도 마늘 하나로 건강과 맛, 그리고 나름의 '생활의 품격'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