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미국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종종 히피들이 경찰 보고 "Pig!" 하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와요.

처음엔 그당시 경찰 별명이 돼지였나 했는데 알고 보면 그 시대의 분노와 저항, 체제에 대한 불신이 다 들어 있더라고요.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히피들이 경찰을 "Pig(돼지)"라고 부른 건 모욕적인 의도였어요. 1960~70년대 미국은 단순히 히피 스타일이나 록 음악만의 시대가 아니었어요. 인종차별, 월남전 반대 시위, 여성운동, 마리화나와 같은 대마초의 문화적 상징성 등 모든 게 뒤섞여 있던 격동의 시대였죠.

이 당시 많은 젊은이들은 정부와 권위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고 있었어요. 특히 경찰은 체제의 앞잡이로 여겨졌죠. 시위 현장에서 무장 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진압봉을 휘두르며 학생들을 체포하는 모습은 매스컴을 통해 매일같이 보도됐고, 이건 히피나 반체제 인사들에게는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부를 위해 시민을 억압하는 도구"라는 인식을 굳히게 만들었어요. 거기서 나온 게 바로 "Pig"라는 말입니다.

이 표현은 특히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시카고에서 벌어진 격렬한 반전 시위에서 대중적으로 퍼졌다고 해요. 경찰이 평화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 젊은 시위대가 "Pig!"이라고 외친 장면이 뉴스와 신문에 실리며 전국적으로 알려졌죠.

심지어 블랙팬서당 같은 급진 흑인운동 단체들도 경찰을 'Pigs'라고 불렀고, 포스터나 전단에도 대놓고 그렇게 적었어요.

단순한 욕설이 아니라, 그 시대의 메시지였던 거죠.


재미있는 건, 이 단어에 대한 반격도 있었다는 겁니다.

어떤 경찰은 "PIG = Pride, Integrity, Guts(자부심, 청렴, 배짱)"이라는 식으로 되받아치기도 했어요.

물론 그런 시도는 히피들한테 먹히지 않았겠죠. 왜냐면 그들은 권력 자체를 문제로 봤으니까요.

그들에게 경찰은 언제나 "누군가를 감시하고 억압하는 존재"였고, "PIG"이라는 말은 그런 감정을 농축한 언어였던 겁니다.

이런 표현은 시대가 바뀌면서 조금씩 사라졌지만, 여전히 대중문화 속에는 남아 있어요. 90년대 힙합에서도 "Pig"는 경찰을 비하하는 말로 종종 쓰였고, 오늘날 일부 급진 시위에서도 가끔 등장합니다.

다만 요즘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보단, 옛 감성을 상징하거나 장난스러운 톤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죠. 이 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중매체에선 조심스럽게, 풍자나 과거의 상징으로만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 재밌는 게 있어요.

미국 경찰과 '도넛'의 관계입니다. "왜 미국 경찰은 항상 도넛을 먹고 있는 거야?"라는 질문은 미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던져봤을 거예요.

70년대 미국의 경찰들은 야간 순찰을 할때 밤새 문을 열고 있는 몇 안 되는 가게가 도넛 가게였어요. 게다가 도넛 가게는 커피를 함께 팔았기 때문에, 경찰들이 쉬어가기에 딱 좋았죠. 그러다 보니 경찰이 도넛 가게에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고, 이게 반복되면서 "경찰은 항상 도넛을 먹고있다"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겁니다.70,80년대 엘에이, 벨리, 산타모니카, 오렌지카운티에 많은 한인들도 도넛샾을 운영했는데 경찰이 자주오면 강도표적에서 안전하니까 무료로 도넛과 커피를 제공해서 경찰차가 도넛샾에 항상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은적이 있습니다.

심슨 가족에 나오는 치프 위검(Chief Wiggum)만 봐도 늘 도넛을 입에 물고 있어요. 이건 단순한 재미 요소이자, 미국인들이 경찰을 떠올릴 때 함께 연상하는 '클리셰' 같은 거죠. 물론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찰들도 있고, "우리 이미지 좀 바꿔달라"는 캠페인을 하기도 했지만, 대중문화 속에 한 번 박힌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요약하자면, "Pig"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미국 경찰에 대한 저항이나 풍자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살아 있고, 도넛은 경찰의 오래된 야근과 커피 타임의 산물에서 출발한 스테레오타입입니다. 두 표현 모두 오늘날엔 풍자나 패러디, 그리고 영화적 장치로 남아 있는 셈이죠. 개인적으로는 그런 상징들이 그 시대 사람들의 감정과 사회를 엿보게 해줘서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