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전주 나오는거 몇초만 들어도 "아, 이 노래" 하는 노래들이 있다.

나한테는 Ace of Base의 "The Sign"이 딱 그렇다.

그 특유의 키보드 인트로가 흘러나오는 순간 볼륨 다이얼로 손이 먼저 간다.

이 노래가 처음 히트했을 때 나는 서울에 살았고 전문대 졸업하고 바로 군대 복무도 마친 사회초년생이었다.

회사 출퇴근 라디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흘러나오던 그 멜로디가 지금도 30년 넘게 뇌에 박혀 있다.

본론 Ace of Base, 사실 엄청난 기록을 세운 그룹이다

한국 사람들한테 Ace of Base는 그냥 "아 그 스웨덴 그룹?" 정도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The Sign"은 1994년 빌보드 Hot 100 연간 차트 1위다.

그냥 1위가 아니라 그 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싱글이라는 소리다.

미국 시장에서 이 정도면 그냥 히트가 아니라 문화 현상이었다.

재밌는 건 ABBA와의 비교다. ABBA는 전 세계적으로 전설이지만 정작 미국 빌보드에서는 생각보다 성적이 약했다.

그런데 Ace of Base는 미국에서 ABBA보다 강했다. 단기 차트 기록만 놓고 보면. 스웨덴 팝이 미국 시장을 가장 강하게 뚫은 건 ABBA가 아니라 Ace of Base였다는 얘기다.

당시 음악 평론 쪽에서 "ABBA의 후계자" 프레임을 많이 갖다 붙였다.

스웨덴 출신, 여성 보컬 전면, 남성이 작곡 담당.. 구성만 보면 비슷하다는 논리.

근데 음악 자체는 완전히 다른 장르다. ABBA는 클래식 팝 멜로디 중심이고, Ace of Base는 90년대 초반 유럽 클럽 씬에서 나온 유로테크노 스타일이다. 레게 리듬과 신스팝이 섞인 그 특유의 사운드는 ABBA랑 계보가 다르다.

근데 왜 전성기가 짧았나했는데 알고보니 첫 앨범 "The Sign"의 성공이 너무 컸던 게 독이 됐다. 후속작들이 적당히 히트했지만 그 폭발력을 다시 만들지 못했다.

멤버 구성 문제도 있었다. 원래 5인조로 시작했는데 초창기 멤버들이 나가면서 정리된 4인조가 지금 우리가 아는 Ace of Base다. 내부 사정이 복잡했다는 건 당시에도 업계에서 나오던 얘기였다. 팀 케미스트리가 흔들리면 두 번째 앨범부터 삐그덕거리는 건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 생각은 "The Sign"이 30년이 지나도 살아있는 건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던 시간과 장소, 그 당시의 공기가 멜로디에 압축 저장되어 있어서다.

Ace of Base는 단명한 그룹이지만 "The Sign" 하나로 영구 보존됐다.

빌보드 1위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게 그거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차 안 라디오에서 그 전주가 흘러나오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사람도 나처럼 30년전 시절을 떠올리며 차안에서 볼륨을 올리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