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10살 아들을 키우는데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하루가 참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퇴근해서 챙겨주다보면 학교 숙제나 온라인 과제가 쏟아지는 걸 보면 '요즘 애들은 참 힘들겠다' 싶어요.

그러다가도 막상 옆에서 봐주다 보면 어느새 목소리가 커져 있죠.

"집중 좀 해!"하면서요. 그러다 문득 아이 얼굴을 보면 입이 삐죽 나와 있고 눈빛은 이미 딴 데 가 있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아이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공부 스트레스는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쌓이기 쉬운 것 같아요.

주변 엄마들이 보내는 학원 리스트, 수학 올림피아드, 코딩 캠프 얘기를 듣다 보면 불안감이 밀려옵니다.

우리 아이도 뒤처지면 어떡하지? 싶어서 한 번 더 잔소리를 하게 되고 그게 또 아이에게는 압박으로 돌아가죠.

그렇게 돌고 도는 스트레스의 고리가 생깁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이가 숙제하다가 연필을 던지면서 "엄마는 나한테 왜 맨날 화내?"라고 하더군요.

돌이켜보면 저는 아이의 공부 습관보다 제 불안을 통제하지 못했던 거예요. 그날 이후로 조금씩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숙제 시간에 바로 옆에서 지켜보지 않고 주방에서 차를 끓이면서 기다렸어요.

틀린 문제를 봐도 바로 지적하지 않고 아이가 먼저 "엄마, 이거 이상해"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렸죠.

신기하게도 아이가 점점 스스로 문제를 풀기 시작하더라고요.

스스로 해냈을 때 웃는 얼굴을 보니까 '그래, 이게 진짜 공부의 시작이구나' 싶었습니다.

요즘엔 매일 저녁 학교 얘기나 친구 얘기, 좋아하는 유튜버 이야기만 나눕니다.

그 시간 덕분에 아이가 다시 제 곁으로 돌아온 것 같고 성적도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공부는 지식이 아니라 '자신감'을 쌓는 과정인데, 그 자신감을 제일 먼저 무너뜨리는 게 바로 부모의 불안이었던 거죠.

요즘 저는 아이 성적보다 아이 표정을 먼저 보려 합니다.

웃는 날이 많으면 잘하고 있는 거고, 울상이면 함께 쉬어가야 할 때겠죠.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따뜻한 엄마, 그게 아이 공부 스트레스를 줄이는 첫걸음이란 걸 이제야 알겠어요.

아이가 바뀌길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달라지면, 아이는 그 변화를 금세 느끼고 따라옵니다.

결국 아이의 공부는 엄마의 마음에서 시작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