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졸업하고 가족이랑 샌디에고로 이민 온 게 벌써 8년 전이네요.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는데, 지금은 어느새 이곳 햇살과 날씨에 푹 젖어버린 사람이 돼버렸어요.
근데요, 여기 와서 겪었던 가장 놀라운 일 중 하나가 바로 "사마귀가 저절로 사라진 거"였어요.
한국에 있을 땐 오른손 엄지손가락 손톱아래에 작고 단단한 사마귀가 하나 있었거든요.
피부과 다니면서 냉동치료도 여러 번 받아봤지만 그때뿐이고, 몇 달 지나면 또 올라오고, 또 치료하고... 그렇게 몇 년을 반복했었어요. 이민준비로 바빠서 완전 치료는 포기하고 미국 와서 살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보게 된 거예요. 어 사마귀 어디 갔지?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런 치료도 안 했고, 연고를 바른 것도 아니고, 기억도 못 하고 지내던 사이에 완전 말끔하게 사라져 있더라고요. 저는 너무 신기해서 바로 검색에 돌입했죠.
찾아보니까 사마귀는 대부분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때문에 생기는 거래요. 어떤 바이러스가 피부에 들어와서 그 부위에서 껍질처럼 증식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놀랍게도,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해요.
특히 면역력이 좋아지면 우리 몸이 알아서 그 바이러스를 처리해준다고 하네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안 없어지던 사마귀가 미국 와서는 3년 만에 깨끗이 사라졌을까요?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햇살이에요.
정말 매일같이 해가 쨍쨍하고, 저도 햇빛 쬐는 걸 좋아해서 자주 밖에 나가거든요. 그 덕분에 비타민 D 수치가 많이 올라갔을 거예요. 비타민 D는 뼈 건강에도 좋지만, 면역세포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중요한 영양소래요. 그래서 면역력이 강해지니까 자연스럽게 바이러스도 물리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스트레스예요.
한국에 있을 땐 학교 다니랴, 알바하랴, 인간관계에 치이며 정말 바쁘고 예민하게 살았거든요. 그런데 미국 와서는 팬데믹 때문에 일도 쉬게 되고, 바닷가 에 차몰고 나가서 자주 산책하면서 사람 구경하고, 그림같은 하늘 보면서 그냥 그렇게 천천히 지내게 됐어요. 그런 시간들이 저한테는 너무나도 필요한 여유였던 것 같아요.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몸도 따라 편안해졌고 면역력도 자연스레 올라간 거죠.
그리고 미국에 와서는 먹는 것도 좀 더 건강해졌어요. 초바니같은 그릭 요거트랑 아몬드, 샐러드랑 연어 같은 걸 자주 먹었고, 꾸준히 걷고 운동도 했어요. 날씨가 좋으니까 자연스럽게 밖에 나가게 되고요. 그런 생활 패턴들이 내 몸 안에 쌓인 면역 에너지를 점점 키워줬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마귀는 단순한 피부 트러블이 아니라, 내 몸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 같은 거였던 것 같아요. 한국에선 아무리 치료해도 없어지지 않던 게, 미국 와서 천천히, 자연스럽게 사라진 건 결국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기 때문이겠죠.
혹시 여러분도 사마귀나 비슷한 피부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꼭 병원 치료만 생각하지 마시고요, 내가 요즘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햇볕은 자주 쬐고 있는지, 잘 먹고 잘 쉬고 있는지도 한번 돌아보셨으면 해요. 우리의 면역력은 정말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더라고요.
햇살, 여유, 건강한 식사, 꾸준한 운동같은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결국 내 몸 안에서 조용히 치유가 일어난 거예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참 감사하고 신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