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민권 시험을 통과해서 나도 미국 시민이 됐다.
시빅문제로 나온 10문제 질문에 10문제 정답! 암기과목은 뭐 자신있었고 읽기 쓰기 다 통과 ㅋ
얼마후 시민권 선서식장 갔더니 엄청나게 큰 선서식장에서 가족과 함께 몰려온 사람들 숫자에 놀라고 주차장 주차할때 차가 너무 많아서 또 놀랐다.
한 천오백명이 모인 시민권선서식에서 쏟아지는 박수, 손에 들린 성조기, 나보다 더 감격한 듯한 옆자리 인도인지 파키스탄인지 모를 아저씨의 눈물까지... 지금은 트럼프지만 그때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 축하말도 대형 화면으로 나오고....애국가 입 벙끗 거리며 따라 부르고... 시민권 선서식은 생각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나는 눈물 찔끔 흘릴 새도 없이, 행사장 문을 나서자마자 머릿속으로 외쳤다.
"여권부터 신청하자!"
무슨 놈의 여권이 그렇게 급하냐고?
글쎄요. 나한테 미국 여권이란 건 단순한 여권이 아니라 미국이민 9년을 견디어 온 '최종 보상' 같은 거였거든요.
가족이민으로 와서 영주권 받고, 세금보고 착실하게 하고 영어 열심히 공부하고, 운전면허 따고 열심히 살았죠.
그렇게 숨차게 달려왔는데, 마지막 퍼즐 조각이 여권이었다. 그 파란 독수리여권.
그거 하나 있어야 내가 미국인으로 완성되는 느낌.
그래서 USCIS에서 준 서류 봉투는 뒤로 밀쳐두고, 먼저 국무부 여권 신청 페이지를 클릭했다.
사실 여권 파워만 따지면 한국, 일본, 싱가포르가 비자 면제 국가 수로는 더 높다고 하네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순간엔? 미국 여권이 단연 최강이죠.
뉴스 보세요. 해외에서 사고 터지거나 전쟁 나면 꼭 나오는 말 있잖아요.
"현지에 미국 시민이 몇 명 있는지 확인 중입니다."
"미 국무부가 긴급 구출 작전을 검토 중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이름 올리는 리스트가 바로 미국 여권 소지자 명단이라는 거예요.
여권 사진 찍으러 가는데, DMV 사진 찍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메이크업도 정성 들여 하고, 머리도 반짝반짝 말리고 갔죠.
"이건 그냥 증명사진이 아니라, 내가 세계를 돌아다닐 때마다 보여줄 '내 얼굴'이니까!"
근데 사진기사 아저씨 한마디.
"웃지 마시고, 귀 보이게 머리 넘겨주세요."
...그리하여 완성된 사진은, 세계 최강 여권을 들고 있는 무표정의 아시아 여자 1인.
하지만 상관없어요.
우편으로 배송되어 온 여권을 받자마자 계획 짰죠.
1순위는 유럽. 비자? 필요 없음.
시민권증서를 받고 여권을 신청한 건 단순히 새로운 신분증을 하나 더 만든 게 아니었어요.
그건 지난 9년을 버티며 살아온 이민자로서 목적을 달성한 졸업장 같은 느낌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