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사스에 어스틴에 살면서 종종 드는 생각이 있다.

택사스에는 어디를 가도 왜 이렇게 포드 F-150 같은 트럭들이 이렇게 흔할까?”

그 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싶어 하고, 또 한 대쯤은 집에 있는 차라는 말에 더 가깝다.

그리고 한편으론  포드 F-150 같은 트럭들은 그 자체로 너무 잘 만들어졌고,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잘 유지되기 때문이다.

택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넓은 주 중 하나고,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차는 이동 수단 이상의 생활 도구처럼 여겨진다.

사람들은 종종 농장이나 현장 일을 하기도 하고, 각종 도구와 자재를 실어 나르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픽업트럭이고, 그중에서도 F-150은 일종의 ‘국민차’ 역할을 한다.

신뢰도 높고, 부품 구하기 쉽고, 수리비도 비교적 저렴하고, 무엇보다 견인력과 적재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이 트럭의 진짜 매력은, ‘시간 앞에서도 견디는 힘’이다.

택사스에선 20년 이상 된 F-150이나 실버라도, 램 같은 픽업들이 아직도 잘 굴러다닌다.

햇빛 아래 페인트가 조금 바랬을 수는 있어도, 엔진은 여전히 살아 있고, 미션도 거뜬하다.

거칠게 쓰여진 외관이 오히려 멋스럽게 느껴지고, "이 차는 일 좀 해본 차다"는 인상을 준다.

즉, 세월이 흘러도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런 특성 덕분에 중고차 시장에서도 F-150의 가격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잘 관리된 10년 이상 된 모델도 여전히 $15,000~$20,000을 호가하고, 때론 20년 가까운 차량도 $10,000에 거래되곤 한다.

이건 단지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만한 내구성과 실용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새 차에 대한 욕심이 적다는 점이다.

택사스에선 5~6년 된 트럭을 타는 사람이나 15년 된 트럭을 타는 사람이나 크게 대접받는 분위기에 차이가 없다.

중요한 건 얼마나 잘 굴러가느냐, 얼마나 튼튼하냐이지, 최신 기능이냐의 여부는 별로 중요치 않다.

게다가 보험료나 등록세도 중고차가 훨씬 유리하니,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당연히 오래된 F-150을 선호하게 된다.

실제로 나도 한동안 SUV를 몰다가 중고 F-150을 타보게 됐는데, 그 묵직한 느낌과 넓은 적재 공간, 안정적인 드라이브 감각에 완전히 매료돼 버렸다.

덜컹거리는 흙길도 부드럽게 지나고, 뒷좌석도 넉넉해서 가족 여행에도 손색없었다.

무엇보다, 주변 이웃들과의 공감대가 생겼다.

“이 연식 모델 엔진과 미션은 튼튼해서 50만 마일은 문제 없이 탈수 있어.”

“그 연식 엔진이면 오히려 내 트럭보다 더 튼튼할 수도 있어.”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정리하자면, 택사스에서 F-150 같은 트럭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내구성, 가격 방어력, 실용성, 지역 문화, 정서적 연결감까지 모두 한 데 어우러진 결과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굳이 새 차를 사지 않는다. 좋은 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집에 있기 때문이다.

그건 새로 나오는 모델이 아니라, 시간이 검증해준 진짜 실력자인 셈이다.

택사스에선 프리웨이에서 반짝이는 새 차보다, 먼지를 품고 달리는 오래된 F-150 한 대가 더 믿음직스러워 보인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