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퀸스지역에서 도로 정비 일을 하고 있는 마흔 살 남성입니다. 흔히들 "블루컬러"라고 부르는 계층에 속하죠.
아침 8시에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해 안전모 쓰고 도로 위에 나가면,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덥든 춥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길은 항상 누군가 닦고, 메우고, 관리해야 돌아가니까요.
사실 뉴욕 같은 도시가 굴러가는 걸 보면 늘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미국 경제"라고 부르는 거대한 기계, 그 안에서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건 결국 우리 같은 노동자들이라는 거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미국의 힘"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나 월가의 금융맨들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도로가 파손되면 택배가 늦고, 지하철이 멈추면 직장인들이 출근을 못 합니다. 전기가 끊기면 오피스 빌딩도, 고급 아파트도 다 불 꺼진 채로 서 있을 뿐이죠.
화려한 빌딩 뒤에는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농담처럼 말합니다. "노동자가 하루만 멈추면, 뉴욕은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고요.
미국 전체로 보면, 우리 같은 블루컬러 계층은 생각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미 노동통계국 자료를 보면, 운송·건설·생산직·유지보수·청소·음식 서비스까지 합치면 전체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런 범주에 들어갑니다. 결국 미국 인구 3억 3천만 중에 수천만 명이 '손으로 움직이는' 일을 한다는 거죠. 이 숫자는 결코 적은 게 아닙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라는 사실이죠.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블루컬러 일은 종종 "힘들지만 아무나 하는 일"쯤으로 평가절하됩니다.
뉴욕 길바닥에서 아스팔트 깔고 땀 흘리는 사람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죠. 하지만 그 도로를 매일 아침 달려 출근하는 건 바로 그들이잖아요. 미국은 자유와 기회의 나라라고 하지만, 진짜 현장은 묵묵히 땀 흘리는 사람들이 떠받치고 있다는 걸 잘 모릅니다. 저는 그게 늘 아쉽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미국을 움직이는 건 거대한 기업의 보고서나 주식시장의 그래프가 아닙니다. 길을 포장하는 인부, 건물을 세우는 목수,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 화물을 나르는 트럭 기사, 그리고 배고픈 이들에게 햄버거를 내주는 패스트푸드 매장 직원들. 이들이 멈추는 순간, 화려한 도시의 불빛도 꺼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도 가끔 지치고, "왜 나는 이 고생을 하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뉴욕의 겨울 바람은 뼛속까지 파고들죠. 하지만 도로 위에 아스팔트가 반듯하게 깔리고, 출근길 차들이 막힘없이 달려갈 때 그 장면을 보면, 마치 내가 도시를 살아 숨 쉬게 하는 한 부분이라는 자부심이 생깁니다.
결국 미국은 거대한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기계 같아요.
그중 작은 하나라도 멈추면 전체가 흔들립니다. 우리 블루컬러 노동자들이야말로 그 기계가 굴러가게 하는 기름칠이자, 동력을 전달하는 축입니다. 사람들은 잘 모를지 몰라도, 저는 확신합니다. 미국은 결코 혼자 돌아가지 않습니다. 땀 흘리는 수많은 손길이 있어야 비로소 이 나라가 굴러갑니다.
그러니 오늘도 안전모를 쓰고 도로에 나갑니다. 제 일은 단순해 보여도, 사실은 뉴욕을, 그리고 미국을 움직이는 힘의 일부이니까요.
저는 블루컬러이지만 자부심이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가 없으면 단 하루도 돌아가지 않는 나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