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샌안토니오부터 어스틴, 저 멀리 달라스까지 텍사스 전역이 30도 미만 온도가 계속되면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흔히들 텍사스 산다고 하면 일 년 내내 반팔만 입는 줄 아는데, 사실 여기 겨울 한 번 제대로 오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날씨가 추운 것도 문제지만 도시자체가 추위에 대처하는 방식이 아주 '텍사스답다'는 점에 있어요.

텍사스 20년 살다보니 감이 좀 오는데 여긴 날씨가 추워지는 게 아니라 도시 전체가 추위에 놀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텍사스 겨울의 첫 번째 특징은 날씨가 무슨 엘리베이터 타는 것처럼 급변한다는 거예요.

어제까지만 해도 텍사스 햇살 아래서 반팔 입고 기분 좋게 다녔는데, 자고 일어나면 갑자기 영하권으로 곤두박질칩니다. 한국처럼 가을에서 겨울로 천천히 넘어가는 계단식 변화는 기대도 못 합니다. 그러니 사람들도 대비할 턱이 있나요. 아침마다 옷장 구석에 박아둔 두꺼운 패딩 찾느라 온 집안이 난리가 나는 게 이 동네 흔한 풍경입니다.

그리고 텍사스에선 눈보다 얼음이 훨씬 무섭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낭만적인 풍경보다는 차가운 비가 내리다가 그대로 길바닥에 얼어붙는 날이 많거든요. 도로 위에 얇게 얼음막이 생기면 그야말로 도로는 거대한 스케이트장이 됩니다.

북부 동네 사람들은 눈길 운전에 도사라지만 텍사스 운전자들은 이런 상황에 영 면역이 없어요. 그래서 뉴스만 틀면 차들이 미끄러지는 사고 소식이 끊이질 않는 겁니다. 얼음 내리막길에 빙빙 돌면서 내려오는 뉴스는 계속 반복됩니다.

도시 인프라도 추위엔 참 속수무책입니다. 샌안토니오든 달라스든 애초에 따뜻한 날씨를 전제로 만들어진 도시들이라 그렇습니다. 수도 파이프는 땅속 깊이 묻혀 있지도 않고 집안 단열도 최소한으로만 되어 있어요. 기온이 조금만 떨어져도 수돗물이 안 나오거나 문제가 자주 생깁니다. 미국 추운데 사는 동북부 사람들이 보면 "이 정도 추위에 왜 난리냐" 하겠지만, 텍사스라는 도시의 태생 자체가 이런 추위를 견디게끔 설계되지 않았다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생활 리듬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도 텍사스만의 특징이죠. 눈 예보만 떠도 학교는 휴교하고 회사는 재택근무로 바뀝니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지" 하는 북부식 근면함보다는 "위험하니까 일단 집에 있자"는 텍사스식 합리주의가 발동하는 겁니다. 그래서 마트에는 빵과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선반은 금방 텅텅 비어버립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게 텍사스 사람들의 날씨부심입니다. 평소엔 우리 동네 겨울은 따뜻하다고 자랑을 늘어놓다가도 막상 전기가 끊기고 난방이 안 되면 다들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해요.

그래도 그 와중에 이웃끼리 안부 묻고 발전기 빌려주며 커피 한 잔 나누는 정겨운 모습들을 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습니다. 텍사스 겨울은 길진 않지만 아주 강렬합니다. 덥기로 유명한 이 땅에도 이렇게 추운 날씨가 온다는게 살다 보면 참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