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미국 뉴스 보다 보면 진짜 이 사람만큼 소송 좋아하는 대통령이 또 있을까 싶은 인물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이번에는 상대가 영국 국영방송 BBC다. 사건 정리부터 해보면, 트럼프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BBC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Trump: A Second Chance? 때문에 작년 12월에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손해배상 청구액이 무려 100억 달러다.
명예훼손으로 50억 달러,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50억 달러다. 웬만한 작은나라의 1년 예산 수준이다.
소송의 핵심은 2021년 1월 6일 연설 편집 문제다. 그날 트럼프는 워싱턴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했고, 그 뒤 일부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BBC 다큐는 이 연설을 편집하면서 한 시간 가까이 떨어진 두 부분의 발언 세 개를 한 문장처럼 이어 붙였고 그 결과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함께 행진해서 fight like hell 하자고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문제는 원래 연설에 있었던 평화적으로 시위하자는 문장을 통째로 잘라냈다는 점이다. 이 편집이 논란이 되면서 BBC는 트럼프에게 공식 사과를 했고, 그 후폭풍으로 BBC 최고경영자와 뉴스 책임자가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런데도 BBC는 명예훼손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주 월요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BBC는 3월 17일 이 소송을 각하해 달라는 신청을 낼 예정이다.
이유가 꽤 흥미롭다. 첫째, 이 다큐멘터리는 플로리다에서 제작도, 방송도, 유통도 하지 않았으니 플로리다 법원이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이다. 둘째, 트럼프가 문제 삼은 BritBox 스트리밍 서비스가 미국에서 이 다큐를 제공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BBC가 악의적으로 트럼프를 해칠 의도로 방송했다는 점을 트럼프가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리다.
BBC 쪽 변호사 찰스 토빈은 더 재미있는 말을 했다. 트럼프가 이 다큐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서 압승했고, 특히 플로리다에서는 13퍼센트 포인트 차이로 크게 이겼다. 2016년이나 2020년보다 성적이 더 좋았다. 이렇게 이겼는데 무슨 실제 손해가 있냐는 거다.
게다가 다큐가 방송된 시점은 트럼프가 이미 2020년 선거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해 연방 대배심 기소까지 당한 이후였다. 그 기소장에는 트럼프가 군중에게 국회의사당으로 가라고 지시했다는 혐의까지 적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BBC 다큐 하나가 트럼프 명성에 더 큰 타격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BBC는 또 하나 중요한 요청을 했다. 소송 각하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디스커버리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것이다. 디스커버리는 이메일, 내부 문서, 취재 자료 등을 전부 제출해야 하는 과정이라 비용과 부담이 엄청나다. 각하되면 전부 필요 없는 절차가 되니 미리 멈추자는 계산이다. 만약 소송이 계속되면 재판은 무려 2027년으로 잡혀 있다. 미국 소송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정이다.
BBC는 공식 입장에서 이 사건을 끝까지 방어하겠다고만 밝히고 추가 코멘트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보면, 트럼프라는 인물의 정치 스타일이 다시 한 번 드러난다. 정치적 논란이 생기면 성명 발표보다 먼저 소송부터 던지는 사람. 상대가 CNN이든 뉴욕타임스든 이번에는 BBC든 가리지 않는다.
미국에서 사는 한인들 입장에서는 이 뉴스가 단순한 시사기사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언론 자유, 정치 책임, 미국식 소송 문화가 전부 엮인 꽤 무거운 이슈다. 다만 뉴스 읽는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소송 대서사시가 시작됐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그런 트럼프다운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독수리오년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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