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영어 이메일을 쓰다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하나 보입니다.
바로 "정답은 없다"입니다. 부동산쪽 일을 하다보면 많은 고객, 모기지업체, 에스크로업체, 컨스트럭션업체등 수많은 미국 회사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는데 이게 문장 길이가 딱 몇 자여야 한다는 규칙도 없고,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신입사원들은 비슷한 형식으로 이메일을 쓰기 시작하고, 회사가 커질수록 그 패턴은 더 뚜렷해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입사 후 선배들에게서 자연스럽게 전수받는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신입사원은 처음에 이메일 한 통 쓰는 것도 긴장되는데, 팀 선배나 매니저가 보내는 이메일을 계속 보면 "아, 이런 식으로 써야 하는구나" 하고 스스로 체득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 대기업, 중견기업, 전문직 회사에 가보면 신입의 이메일 문체는 신기하게도 비슷합니다. 보통 이런 흐름을 따릅니다. 첫 문장은 항상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는 한 줄. 그다음 몇 개의 문장으로 배경 설명. 그리고 마지막에는 행동 요청이나 질문. 미국식 비즈니스 이메일의 기본 뼈대는 바로 "목적-설명-요청"이라는 가장 심플한 구조인 셈이죠. 이런 포맷을 따르는 이유는 바로 읽는 사람이 시간을 아끼게 해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형식을 가장 무시하는 사람이 누구냐 하면 바로 "권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고객이든, CEO든, 창업자든, 파워가 있는 사람일수록 이메일 형식 따위는 잘 지키지 않습니다. 이건 미국에서도 흔한 현상입니다. 갑위치에 있는 상사나 중요한 고객의 이메일을 보면 뜬금없이 문장 부호도 없고, 대문자도 안 쓰고, 문장이 이어지지도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CEO에게 이메일 보냈더니 회신이 "ok proceed" 이렇게 딱 두 단어로 오는 식입니다. 심지어 미국 대기업 CEO, 파운더, 파트너급 임원의 이메일은 거의 문자 메시지 수준일 때도 흔합니다. 이들은 시간을 돈으로 쓰기 때문에 이메일 예의나 형식보다 "빠른 의사전달"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은 이미 회사 내부에서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고, 누가 그들의 문장 스타일을 문제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형식이 파격적일수록 "바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반대로 신입사원이나 중간직원은 같은 스타일로 쓰면 바로 문제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얻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 이메일에서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 '문장이 정리가 안 돼 있다' 이런 평가는 바로 업무 능력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신입은 기본 포맷을 따라가고, 팀장급 이상은 조금씩 여유를 갖고 본인 스타일을 반영하고, 고위 임원은 아예 "문자 메시지형 이메일"로 간다는 재미있는 계급 구조가 생깁니다.
미국 회사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끼리 하는 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메일이 짧아질수록 그 사람 직급이 높다." 이 말은 반은 농담이지만 실무진들이 보기에는 거의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메일에는 정답이 없지만, 미국 직장문화에서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암묵적 규칙이 존재합니다.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지만 다들 같은 방식으로 배우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반대로 파워가 있는 사람일수록 그 규칙을 깬다는 것도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결국 이메일 형식은 실력이나 예의를 증명하는 도구라기보다 조직 내에서의 역할과 위치를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적 신호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푸딩Bu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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