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다. 인도 아마다바드 공항에서 보잉 787 드림라이너 한 대가 이륙 도중 추락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륙할 때는 장거리 비행을 위해 연료를 가득 실은 상태라서, 만약 이 시점에 고장이 나거나 뭔가 문제가 생겨서 추락하면, 충격으로 기체가 부서지고 연료탱크가 터지기 쉽다. 항공유는 일반 자동차 연료보다 휘발성이 약간 낮지만, 다량으로 유출될 경우 화재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기에 좁은 공간이나 건물, 인근 거주지에서 화재 피해가 훨씬 더 커진다고 한다.
현지시각 오후 1시 39분, 23번 활주로에서 이륙한 이 비행기는 단 625피트, 약 190미터 정도 상승하다가 바로 추락해 근처 의대 기숙사 식당 건물을 덮치고 폭발했다. 그 여파로 인근 병원과 주택가까지 큰 피해를 입었고, 탑승자뿐 아니라 지상에 있던 시민들까지 희생됐다.
이륙 직후 조종사들이 ‘메이데이’를 외쳤다는 걸 보면 뭔가 이상이 감지됐던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교신은 끊겼다고 한다. 사고기의 랜딩기어는 여전히 나와 있었고, 플랩도 접힌 상태였다는 점에서 이륙 중 시스템 이상이나 조작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잉 787 드림라이너는 연료 효율성과 첨단 기술로 유명한 중형 장거리 여객기다. 탄소복합소재를 대폭 사용해 기체 무게를 줄이고, 최신 엔진 기술로 소음과 배기가스를 줄인 친환경 기종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 첫 운항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항공사에서 활발히 운항 중이며, 일반적으로 매우 안전한 기체로 분류된다.
다만 2013년에는 배터리 과열로 인한 화재 문제로 전 세계적으로 일시 운항 중단된 적이 있었고, 이후 배터리 시스템 개선과 안전장치가 강화되었다. 이후 큰 기체 결함에 따른 치명적인 사고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사고나 사건은 외부 요인이나 조종 실수 등으로 발생했다.
이번 인도 사고는 드림라이너 자체의 구조적 문제보다 이륙 중 발생한 돌발상황과 조종·관리상의 변수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구조된 유일한 생존자, 인도계 영국인 비슈와시 쿠마르 라메쉬 씨는 "이륙 후 30초 만에 큰 굉음이 났고, 사람들이 반응할 틈도 없이 추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불타는 잔해 속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04명. 탑승자 중에는 어린이 11명, 유아 2명도 포함돼 있었고, 기숙사 식당에 점심 먹으러 모였던 의대생들도 대거 희생됐다고 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식당에 있던 50~60명의 학생 중 생존자는 없다는 말도 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다시금 ‘비행기 이륙’이라는 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비행 중간이나 착륙을 더 위험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항공 사고의 상당수는 이륙 직후나 착륙 직전에 발생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최대 출력으로 가속해 양력을 얻고 공중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때는 고도도 낮고 속도도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문제에도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다. 특히 이륙 직후는 연료도 가득 차 있고, 비행기가 가장 무거운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게다가 대도시 공항 주변은 대부분 주택가나 상업지구와 가까워서, 추락할 경우 지상 피해도 크다. 이번 사고처럼 말이다. 비행기의 앞부분은 식당 건물에, 몸체 일부는 의사 가족들이 거주하던 건물에 떨어졌고, 많은 이들이 화재를 피해 건물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항공사고는 언제나 무겁지만, 이륙과 동시에 벌어진 이번 사건은 특히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우리는 편안한 좌석에서 스낵과 영화를 즐기며 그 여정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 이 모든 건 수많은 변수가 교차하는 결과물이다. 특히 이륙은 조종사의 집중, 항공기 상태, 기상 조건이 동시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복잡한 순간이다.
나는 자주 비행기를 타는 사람으로서, 늘 이륙할 때면 한 번쯤 숨을 고른다. 조용히 기도하듯 고개를 떨구기도 한다. 그리고 착륙해서 안전벨트 사인이 꺼질 때마다 마음속으로 안도한다.
이번 사고는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그리고 많은 가족의 일상을 파괴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남의 나라 뉴스’로만 지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하늘을 날지만, 그 안전은 기술이 아닌 ‘경계’에서 온다. 매 비행이 기적 같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하늘은 맑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륙 중이다.
나는 다시 기도한다. 무사히, 아무 일 없이, 목적지에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