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는 예뻐야만 사는 줄 알고, 30대 때는 명품 브랜드 아니면 살 필요가 없다고 착각했거든요.

근데 40대 딱 넘고 나니까 이젠 비싼 거 사도 결국 잘 안쓰면 구석에 처박혀 두게되요.

확실하게 이젠 편하면 장땡이에요.

세련된 건 주말에 한 번 나갈 때나 꺼내고, 일상에서는 편한 게  좋아지다 보니 내가 많이 바뀌었나 생각이 드네요.

예전엔 백화점에서 파운데이션 색 하나 고르려고 매장 직원 말에 홀려서 반나절 서 있었어요.

립스틱 커버력이 어떻고, 광이 어떻고 난리였죠. 지금은 그냥 애 등교시키기 전에 1분 안에 바르고 끝나는 게 최고예요.

남들이 구분도 못 하는 미세한 차이 따지고 있었던 것들이 참 바보 같아요. 무광 립스틱? 그거 바르고 예뻐 보일 때까지 기다릴 시간도 없어요. 요즘엔 그냥 립밤이 왕이에요.

명품 가방? 요즘 젊은 애들 보니까 진짜 가방에 관심이 아예 없더라구요.

예전엔 알바라도 해서 명품 하나씩 들고 다니고, 결혼식 가면 여자들끼리 슬쩍 가방 브랜드 확인하는 분위기 있었잖아요?

근데 요즘 애들은 그런 거 하나도 신경 안 쓰고 그냥 폰만 들고 다니거나, 에코백 하나 둘러메고 나오고.... 사람들이 가방에 돈 쓰는 걸 이해를 못 하니까, 나도 괜히 명품 들고 나가면 '꼰대' 소리 들을까봐 눈치 보이더라구요.

솔직히 나도 이제 하루 종일 애들 픽업하고 장보고 커피 사러 돌아다니는데, 굳이 명품가방을 왜 들고 다녔나 싶어요.

묵직해서 손목 저리고, 스크래치 하나 나면 마음이 더 아프잖아요. 요즘은 그냥 편한 크로스백 하나 들고 끝내요.

근데 또 웃긴 건요, 명품을 안 들어도 아무 문제 없고, 누가 신경도 안 써요. 예전엔 가방이 나를 평가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 분위기에서는 가방에 매달리는 사람이 오히려 시대에 뒤쳐진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어요.

젊은 애들이 유행을 앞서는 게 아니라, 오히려 편함을 기준으로 사는 걸 보면, 아... 우리가 괜히 힘들게 살았구나 이런 생각이 확 들어요.

주방도 마찬가지예요.

예쁜 냄비? 너무 무거워서 손목 나갈 것 같아요. 비싼 프라이팬? 그냥 가볍고 안 눌어붙고 손잡이 잡기 편한 게 최고예요.

집에서 쉬는 날도 그래요. 스타일 좋다는 옷도 외출이 줄어들어서 결국 안 입어요. 빨래 수십 번 해도 편한 티셔츠가 결국 살아남아요. 비싼 하이힐 몇개 있는데 이젠 체중이 좀 늘어서 발이 아파서 신지도 못해요.

OC 쪽 살다 보면 예쁜 집, 예쁜 차 너무 흔해요. 근데 다들 편하게 살려고 해요. 유모차는 튼튼한 거 쓰고, 신발은 편한 거 신고, 애들 옷은 때 좀 묻어도 괜찮은 걸로 사요. 남 보여주기보다, 자기 몸 편하게 하는 걸 더 챙겨요.

나도 그게 맞더라구요. 결국 나이가 들수록 꾸미는 삶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삶이 되는 것 같아요.

덜 피곤한 게 결국 품위예요. 적당히 쉬고, 덜 아프고, 덜 불편하게 사는 게 진짜 좋은 거예요.

20대의 나한테 말해주고 싶어요. 좋은 물건이 날 행복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편한 물건이 날 지켜준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