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값 보고 있으면 아주 드라마가 따로 없네요.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다이내믹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스당 110불 찍으면서 다들 "드디어 은의 시대가 오나 보다" 하고 난리였잖아요.

그런데 그 기세가 딱 사흘 가더라고요. 3일 만에 70불대로 아주 미끄럼틀 타듯 내려왔는데, 롤러코스터도 이 정도로 급하강하면 사고 난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사실 시장이야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일이라지만 문제는 시세는 분명히 떨어졌는데, 정작 우리가 은을 사는 곳들은 가격표를 고칠 생각이 없어 보여요.

특히 이베이(eBay) 같은 데 들어가 보면 가관입니다.

은 시세는 72불 언저리에서 노는데 은화 1 oz가격은 세금이랑 배송료까지 붙으면 110불이 넘어가니까, "어라,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은값이 다시 올랐나?" 하고 차트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니까요.

가만 보면 참 묘하죠. 오를 때는 빛의 속도로 반영하면서, 내릴 때는 왜 이렇게 거북이걸음인지 모르겠어요.

마치 "비싼 값에 살 사람 아직 많으니까 굳이 내릴 필요 없지"라는 표정으로 느긋하게 버티는 느낌이랄까요.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결제 직전까지 가다 보면, 시세보다 한참 비싸게 주고 사는 제 손가락이 민망해질 정도입니다.

이럴 때 판매자들은 꼭 그러죠. 실물은 다르다, 프리미엄이 있다, 유통비가 올랐다... 뭐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은값이 110불에서 70불대로 주저앉았는데 가격이 요지부동인 건, 프리미엄을 넘어선 일종의 '배짱' 같아요.

이미 올려놓은 가격을 굳이 지금 깎아줄 필요는 없다는 그 특유의 여유, 참 대단합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특히 장바구니 물가 민감한 주부 마음으로는 이런 장면이 참 익숙하면서도 얄밉습니다.

마트 가도 원자재 가격 내려갔다고 바로 가격 내리는 꼴을 못 보잖아요. "다음 물량 들어오면 그때 반영할게요"라면서 한두 달은 버티는 그 논리 말이에요.

지금 은화 가격이 딱 그 꼴입니다. 시세는 이미 가을인데, 화면 속 가격은 여전히 뜨거웠던 한여름 전성기에 머물러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몇개 사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은값은 72불인데 내가 왜 110불을 내야 하나" 싶어서 손이 멈추거든요.

 지금은 은을 사는 것보다 내 인내심을 지키는 게 더 남는 장사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