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음식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텍스멕스(Tex-Mex)'라 불리는 독특한 요리 세계죠. 멕시코 전통 요리와 미국식 스타일이 섞여 만들어진 텍스멕스는 치즈, 고기, 또띠아,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매운맛의 주인공, 할라페뇨(Jalapeño)로 대표됩니다.

저는 텍사스에서 살면서 할라페뇨가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알게 되었고 이제는 이 매운 고추 없이는 제대로 된 텍스멕스 음식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할라페뇨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멕시코의 '할라파(Jalapa)'라는 지역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멕시코 전통 요리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돼 온 재료로, 현지인들은 신선한 상태뿐 아니라 건조·훈제해 '치폴레(Chipotle)'로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텍사스에 멕시코 이민자들이 정착하면서 이 고추가 자연스럽게 국경을 넘어왔고, 오늘날 텍사스의 타코, 부리토, 나초, 퀘사디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 재료가 된 것이죠.

할라페뇨의 매운맛은 '캡사이신(capsaicin)'이라는 성분에서 나옵니다. 이 물질은 혀의 통각 수용체를 자극해 뇌가 '뜨겁다'고 착각하게 만들죠. 그래서 할라페뇨를 먹으면 입안이 화끈거리지만 동시에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일종의 매운맛이 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같은 거죠. 또 비타민 C가 풍부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항산화 성분도 있어 건강에도 나쁘지 않습니다. 매운맛에 땀까지 흘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개운함이 남는 것도 이 성분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의 바비큐 집에 가면 할라페뇨 소시지부터 시작해서, 훈제 고기 옆에 곁들여 나오는 피클 할라페뇨까지 정말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햄버거 위에 얹히면 그 자체로 '텍사스 버거'가 되고, 나초 치즈 위에 송송 썰어 올리면 영화관 팝콘보다도 중독적인 간식이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은 치즈로 속을 채워 오븐에 구운 '할라페뇨 파퍼(Jalapeño Popper)'입니다.

바삭한 겉과 크리미한 속, 거기에 매운맛까지 더해져 맥주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죠.

또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파는 파히타(fajita)나 타코에 빠지지 않는 고명이기도 합니다. 고기를 씹는 중간에 톡 터지는 할라페뇨의 알싸한 맛은 단조로울 수 있는 풍미에 리듬을 만들어줍니다.

처음엔 단순히 "맵다"라는 감각만 있었는데, 이제는 약이 바짝오른 풋고추처럼 매운맛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입안이 얼얼하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묘한 중독성, "와, 이거 맵다!"라며 웃게 되는 순간들이 텍사스 음식 문화의 매력 아닐까요?

결국 할라페뇨는 단순히 매운 고추가 아니라, 텍사스에서 사람들을 이어주는 일종의 스파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텍스멕스 음식이 단순히 맛있는 한 끼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즐기는 경험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처음엔 맵다고 놀랄 수 있지만, 그 불타는 매운맛 뒤에 오는 개운한 즐거움이야말로 텍사스 푸드의 진짜 매력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