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 살다보니까 종종 드는 생각이 있다.

'도대체 여긴 왜 이렇게 프리웨이 공사를 끊임없이 하는 것인가?'

다운타운에서 연결되는 프리웨이를 타건, Loop 1604 외곽지역을 돌건간에 가는 곳마다 프리웨이 공사 구간이 있었다.

어떤구간에 잘못 들어서면 하도 길이 밀리니까 이젠 목적지를 찍기도 전에 구글맵부터 열어보게된다.

한 번은 구글맵 안 켜고 그냥 갔다가 'LANE CLOSED' 사인과 함께 자동차들이 끝도 없이 프론티지로 내리려고 밀린걸 지켜보아야 했던적도 있다.

그리고 여기는 프리웨이 공사구간을 외우는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사방에서 랜덤으로 하는느낌도 든다.

"아니, 대체 왜 이렇게 프리웨이 공사를 오래하는 거지?"

알고보니 이유가 없진 않았다. 이 공사들이 단순히 아스팔트 새로 깔고 끝나는 수준이 아니라, 브리지 공사, 고가도로 구조, HOV 차선 추가 등 복합적인 요소가 많았다. 도로를 완전히 닫고 공사하는 것도 아니고 교통은 유지하면서 공사를 한다는 그 자체가 사실상 아주 어려운 일이다.

낮에는 차들이 다녀야 하니 주로 밤에 작업을 하게 되고.. 그래서 임시 차선을 만들고, 트럭들이 갓길에 늘어선 채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거기다 여름철 더위에 비라도 오는 날이면 작업은 중단하기 일쑤이고.

심지어 어떤 구간은 예산도 다 나오지 않아서 일단 1단계만 하고 나중에 돈이 생기면 다음 단계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처럼.. 아니 다른 주처럼 한 번에 끝내는 공사가 아니라, 단계별로 찔끔찔끔 이어지는 느린 싸움이라는 걸.


요즘 샌안토니오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공사는 단연 I-35 북동쪽 확장, 그러니까 'NEX 프로젝트'라는 거다.

이게 단순한 도로 확장이 아니라, 2층짜리 고속도로를 만드는 계획이라 들었다. 더블데크 즉 도로 위에 도로를 쌓는 공사인 거다.

2024년에 착공했다고 했던거 같은데... 이미 북동쪽 지역은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Toepperwein이나 O'Connor 같은 주요 램프는 이미 닫혀 있었고, 일부 구간은 2025년 말까지 폐쇄 예정이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Loop 1604 북쪽 구간도 여전히 대공사 중이다. 기존 4차선을 10차선까지 확장한다는 말이 있는데 공사규모가 정말 커보인다. 

Bandera에서 I-10 사이 구간은 공정률이 80%를 넘겼다지만, 정작 복잡한 I-10에서 US 281 구간은 70% 남짓인가 진척되어서 계속 공사를 이어간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어딜 가든 구글맵이 운전의 시작이었다. 목적지보다 먼저 확인할 건 공사 구간이었다.

U.S. 90 서쪽 구간도 지금부터 공사에 들어갔단다. 그것도 2034년까지.

지금은 4차선인데, 6차선으로 늘리고 거기다 플라이오버 램프까지 만들 계획이라 했다.

그게 완공될 땐 내 10살짜리 큰아이가 면허를 따고 여자친구 태우고 신나게 운전할지도 모를때다...

이쯤 되니, 샌안토니오의 고속도로 공사는 단순한 도로 정비가 아니라, 도시 재건 수준의 대공사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여기 프리웨이를 자주 타는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이해가 됐고, 또 공사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그래도 걔속 몇 년만 더 참으면, 그토록 기다리던 쭉 뻗은 고속도로 위를 창문 열고 음악 틀고 시원하게 달릴 날이 올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도 또 다른 구간에서 공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샌안토니오가 어떻게 보면 "명색이 프리웨이라면 언제나 공사 중"인 그런곳 같다.

하긴 텍사스가 달리 텍사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