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A 스퍼스 팬으로 산다는 건 약간... 옛 연인을 못 잊고 SNS 스토커처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는 심정이다.

SA 살게되면서 계속 보게되고.. 그러다가 정든 팀이니까 응원은 계속하지만 "이걸 이렇게밖에 못하냐?" 하며 TV 꺼버리고 싶을 때도 많다.

서부 컨퍼런스 13위라는데 대체 뭔일인지....

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분명히 살아 있다. 그게 바로 우리 팬들이 아직도 스퍼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우선 칭찬부터 해보자. 빅 픽, 빅 드림. 그렇다. 빅맨이다. 빅토르 웸반야마. 작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픽으로 뽑힌 이 프랑스산 괴물은, 적어도 잠재력만큼은 데이비드 로빈슨과 팀 던컨이 합쳐진 느낌이다. 그의 수비 범위는 농구 코트 절반을 덮고, 블락 능력은 이미 리그 상위권. 공격에서는 아직 날이 서진 않았지만, 공을 잡고 드리블하다가 스텝백 3점을 꽂는 224cm의 선수라니, 이건 농구의 진화다.

게다가 멘탈도 대단하다. 루키 시즌인데도 늘 침착하고, 패배에도 책임감을 갖는 인터뷰는 팬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제 칭찬은 여기까지다.

비난할 부분은 한가득이다. 우선, 지금 스퍼스는 팀이라기보단 실험실이다.

감독 그렉 포포비치의 권위는 여전하지만, 솔직히 최근 몇 시즌은 '백업 센터를 스몰포워드로 써보자'는 식의 황당한 라인업 실험으로 가득 찼다.

한 경기 이기려고 작전 짜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경기 운영이 산으로 간다. 팬 입장에선 무기력하게 지는 걸 반복해서 보는 것도 고역이다. 그리고 수비하는거 보면 심각하다. 웸반야마가 골밑에서 버텨줘도, 팀 전체 수비 로테이션이 느리고 헐겁다. 포인트 가드들이 너무 쉽게 페인트존을 파고들고, 외곽 수비는 자주 헛돈다. 올 시즌 많은 경기에서 120점 이상을 내준 것도, 단순히 상대 팀이 잘해서가 아니다. 우리 수비가 그냥 별로다.

오펜스도 문제다. 웸반야마에게 공을 몰아줘야 할지, 젊은 선수들에게 고루 기회를 줘야 할지 아직 확실한 플랜이 없다. 트레이 존스, 켈든 존슨, 데빈 바셀 같은 선수들은 재능은 있지만 기복이 크고, 이들을 중심으로 경기 운영을 하기에 결정력이 부족하다. 웸반야마의 성장과 시너지를 내려면 누군가는 확실한 '조율자'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아직 그 퍼즐은 못 찾은 상태다.

결국, 지금 스퍼스는 재건의 과정에 있다. 그 말은, 패배가 당연시되고, 팬들이 매 경기 희망보다는 인내심을 시험당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 팀을 포기할 수 있나? 절대 아니다. 왜냐면 우리는 알고 있다. 던컨 이전에도, 던컨 이후에도, 스퍼스는 늘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위를 향해 달려왔다는 걸. 그리고 지금, 웸반야마라는 새로운 별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그 위대한 재도약을 준비 중이라는 걸.

요즘 스퍼스 경기를 보다 보면, "감독이나 선수나 다들 대체 뭐하냐"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기도 하고, 웸반야마의 한두 플레이에 "이거다!" 하고 소리치기도 한다.

스퍼스는 1999년부터 2017년까지 18시즌 연속 50승 이상이라는 NBA 전설적인 기록도 보유하고 있는 팀이라는데... 나는 2018년에 SA로 이사와서 스퍼스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스퍼스 부진의 원인은 나였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