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에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다들 고개 끄덕이실 겁니다.

여기서 몇 년만 살아보면 겨울 날씨가 참 묘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죠.

12월만 되면 어김없이 콜로라도 쪽에서 밀려오는 차갑고 건조한  북쪽 겨울바람이 있고, 또 남쪽에서는 습한 바닷바람이 올라오는데, 이 두 공기가 거의 매일 우리 머리 위에서 힘겨루기를 합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습도가 10 몇도까지 떨어져서 코랑 목이 바짝 마르고, 점심 지나면 갑자기 습도가 60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공기가 눅눅해집니다.

문제는 이게 하루 사이에 반복돼요.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사막 갔다가 열대 지방 온 기분이 드는 도시, 그게 바로 샌안토니오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몸이 편할 리가 없죠.

그래서 저는 샌안토니오에서 가습기는 선택이 아니라 거의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습도가 20 근처까지 내려가면 공기가 피부랑 점막에서 수분을 그냥 훔쳐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이 바짝 마르고, 목이 따끔거리고, 코가 막히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습니다.

코 안이 건조해지면 점막 방어력이 떨어져서 바이러스랑 세균이 붙기 쉬워지고, 그래서 겨울만 되면 감기나 독감, 기관지염이 유독 기승을 부립니다. 게다가 샌안토니오는 히터 켜는 기간이 길어서 실내 습도가 더 빨리 떨어집니다. 가습기 틀어 놓으면 코랑 기관지가 촉촉해지면서 숨쉬는 게 훨씬 편해지고, 기침이나 인후통도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반대로 오후처럼 습도가 갑자기 확 올라갈 때는 몸이 또 그 변화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런 급격한 습도 변화는 혈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 만들어서 두통이나 피로감,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가습기를 사용해서 실내 습도를 30에서 50 사이로 유지해 주면 밖이 아무리 출렁거려도 집 안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이게 생각보다 몸에 주는 영향이 큽니다.

피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샌안토니오로 이사 온 지인들 얘기 들어보면 "갑자기 피부가 푸석해졌다", "입술이 계속 터진다" 이런 말 정말 많이 합니다. 건조한 공기가 피부 수분을 계속 빼앗아 가니까 주름, 가려움, 각질이 심해지는 겁니다. 가습기 쓰면 밤새 수분 손실이 줄어들어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얼굴 당김이 확실히 덜합니다.

수면의 질도 달라집니다. 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코가 막히고 입으로 숨 쉬게 되는데, 이게 코골이, 수면 중 각성, 깊은 잠 방해로 이어집니다. 가습기를 틀어 놓으면 호흡이 편해지고 코 점막이 붓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코로 숨 쉬게 되고, 그만큼 잠도 깊어지고 아침 피로도도 줄어듭니다.

아이들이나 어르신 계신 집에서는 더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호흡기가 예민하고, 노년층은 점막 재생 능력이 떨어져서 건조한 환경에서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이 훨씬 커집니다. 가습기는 단순히 공기를 편하게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집안 전체의 면역 환경을 지켜주는 장치라고 봐도 됩니다.

샌안토니오처럼 하루에 사계절이 왔다 갔다 하는 도시에서는 실내 환경을 내가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그 부담을 몸이 전부 떠안게 됩니다. 가습기는 그 변화를 완충해 주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휴스톤 쪽에 사는 지인들 얘기 들어보면 그쪽은 겨울에 가습기가 필수까지는 아니지만, 난방을 오래 틀면 그쪽도 결국 필요해진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샌안토니오에서 몇 달만 가습기 꾸준히 써보시면 감기 걸리는 횟수, 피부 상태, 수면 질, 하루 피로도가 확실히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이 도시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가습기는 가전제품이 아니라 생활 필수 장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