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는 고작 2~3kg, 가느다란 다리에 커다란 귀를 달고 있지만 스스로는 이미 50kg짜리 핏불급 전투력을 가졌다고 굳게 믿는 녀석이 바로 치와와입니다.

치와와를 키워본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우리 집 개는 자기가 맹견인 줄 안다고요.

진짜 이건 농담이 아닙니다. 치와와는 자신의 체구와 실제 전투력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산책하다가 자기 몸집의 스무 배는 되는 골든 리트리버를 만나도 꼬리를 내리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눈 깔아라는 듯한 기세로 짖으며 먼저 덤비고, 상대 대형견이 당황해 물러나면 치와와는 그 순간 세상을 다 가진 얼굴로 역시 내가 이 동네 최강자라고 확신합니다. 이른바 나폴레옹 콤플렉스라 불리지만 치와와에게는 콤플렉스가 아니라 자부심입니다.

하지만 정말 웃픈건 치와와의 또 하나의 상징, 바로 시도때도 없이 눈깔고 바들바들 떠는 모습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아이가 춥거나 무서운 줄 알고 걱정하지만 보호자들은 압니다. 저건 공포가 아니라 분노 예열이라는 것을요. 치와와의 몸속에는 거대한 분노 엔진이 들어 있고 시동이 걸리면 온몸이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고성능 스포츠카가 출발 전 엔진을 울리는 것처럼요. 이 진동이 최고조에 이르면 누군가 건드리는 순간 번개 같은 "앙"과 함께 작은 이빨이 번뜩입니다.

이 당당함에는 역사적 배경도 있습니다. 치와와의 조상은 고대 멕시코 문명에서 신성시되던 테치치라는 개로, 주인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거나 집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리본을 달고 소파 위에 앉아 있지만, 그 DNA에는 수천 년 전 전사의 피가 흐르고 있는 셈입니다.

치와와의 공격성처럼 보이는 태도의 뿌리는 사실 깊은 사랑입니다. 치와와는 가족 중 단 한 사람을 주인으로 정하고 그 사람을 위해 평생 경호를 합니다. 누군가 그 사람에게 다가오면 치와와에게는 그것이 곧 전쟁입니다. 온몸을 던져 막아서는 모습은 작은 체구와는 전혀 다른 용맹함을 보여줍니다. 이 일편단심의 충성심이 치와와를 그저 귀여운 강아지가 아니라 든든한 동반자로 만듭니다.

인터넷에는 치와와의 절반은 분노, 절반은 떨림으로 이루어졌다는 농담이 돌지만, 이 작은 맹수와 사랑에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간식 달라고 애교 부리다가도 낯선 소리가 들리면 즉시 맹수 모드로 돌변하는 반전 매력. 결국 치와와는 몸집은 작아도 심장만큼은 진짜 맹견인 존재입니다.

오늘 길에서 당당하게 걷는 치와와를 만나면 이 작은 맹견의 기개에 놀라서 피하는척 하며 경의를 표해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