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에 사는 친구인 글로리아와 차한잔 하면서 가끔 이야기 해보면 미국 약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됩니다.
글로리아는 텍사스 토종마켓 1등인 H-E-B 약사(Retail Pharmacist)로 일하는데 마켓 약사 수입 얘기 들어보면 꽤 많더라구요. 텍사스 기준으로 H-E-B 약사 연봉은 13만불에서 15만불 정도 된다고 해요. 오버타임까지 받는 매니저급은 16만불도 넘긴다고 하더라구요.
한국 돈으로 보면 세전 연봉이 2억 넘죠. 시간당 60에서 70달러 정도 됩니다.
그냥 슈퍼 약국 약사 연봉이 이 정도라는 게 미국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글로리아 이야기 들어보면 고생을 많이 했더라구요.
처음부터 이런 자리에 바로 앉은 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플로터"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게 뭐냐 하면 한 매장에 고정된 약사가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빈 자리 채우는 역할입니다.
처음 들으면 좀 불안정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거의 신입 약사들이 거치는 과정입니다.
이유는 H-E-B 지점이 많아도 각 지점 약국마다 이미 매니저 약사, 스태프 약사 자리가 차 있기 때문인데 이런 자리는 한 번 들어가면 잘 안 나옵니다. 연봉도 좋고 안정적이니까 다들 오래 버팁니다.
그러다 보니 신규 약사는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땜빵역할을 하는 플로터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매일 누군가는 휴가를 가고, 아프고, 갑자기 빠집니다. 그때마다 매장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든 투입 가능한 약사를 따로 운영하는데 그게 바로 플로터입니다.
글로리아 말로는 이 시기는 꽤 힘들다고 합니다. 오늘은 샌안토니오 어디 지점 내일은 다른 지점, 이런 식으로 이동도 많고 매장마다 시스템이 조금씩 달라서 적응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과정이 나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기가 실력 빨리 늘어나는 구간입니다.
글로리아도 이때 다양한 매장을 경험하면서 속도, 환자 대응, 문제 해결 능력이 확 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일종의 테스트 역할도 합니다. 매니저들이 "이 사람 괜찮다"라고 판단하면 좋은 자리 생겼을 때 먼저 연락이 옵니다. 그래서 결국 플로터는 일종의 검증 과정입니다.
그럼 이 플로터 생활은 얼마나 하냐. 현실적으로 보면 6개월에서 2년 사이입니다. 월그린이나 다른 마켓약국도 같은 시스템 이라고 해요.
글로리아는 플로터 생활 1년 정도 하고 고정 자리를 잡았습니다.
본인 운도 있었지만 본인이 거리 안 가리고 일하고, 바쁜 매장도 피하지 않은 게 컸다고 합니다.
반대로 편한 곳만 찾거나 이동 싫어하면 2년 넘게 플로터로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텍사스는 H-E-B 매장이 많아서 다른 주보다 자리는 비교적 빨리 나는 편입니다.
샌안토니오 기준으로 보면 1년 전후면 자리 잡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실제 업무는 많은 사람들이 약사는 앉아서 처방 확인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글로리아 말 그대로 "전문직인데 서비스업"입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사람을 계속 상대합니다.
글로리아도 서서 왔다갔다 일하는걸 장점으로 또 단점으로 꼽더군요.
꼼꼼한 처방전 검토는 기본입니다. 용량 맞는지 약끼리 충돌 없는지, 환자 상태에 맞는지 확인합니다.
여기서 실수하면 바로 큰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긴장을 계속 해야하고 번아웃도 자주 온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일하니까요.
약 조제는 테크니션이 하지만 최종 확인은 약사 책임입니다. 그 다음은 환자 상담입니다. 이게 진짜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미국 환자들은 질문을 정말 많이 합니다. 술이랑 먹어도 되는지, 왜 약이 바뀌었는지, 부작용은 뭔지 계속 물어봅니다.
거기에 보험 문제까지 겹칩니다. 미국 약사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가 'Prior Authorization(사전 승인)' 등 복잡한 보험 처리라고 합니다. 환자와 보험사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느라 전화 통화에 시간을 많이 쓰고 알아서 승인 거절, 코페이 문제, 처방 오류까지 환자, 보험사, 병원 사이에서 계속 조율해야 합니다.
이쯤 되면 약사라기보다 고객센터 역할도 같이 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독감주사 같은 예방접종도 약사가 직접 합니다.
업무 강도나 정신적으로나 쉬운일이 아니죠. 바쁜 날은 처방 수백 건 처리하면서 환자 줄 서 있고 전화 계속 울리고 문제는 계속 터집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처리해야 합니다. 실수하면 안 되고, 환자 컴플레인도 많고, 시간 압박도 큽니다.
글로리아도 처음 일시작하고 거의 멘붕이었다고 합니다. 힘든 약대 나와서 또 힘들었다고 하네요. 1년쯤 되니까 루틴이 잡혔다고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이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연봉이 높고 안정적입니다. 14만 달러 전후면 꽤 괜찮은 수준입니다. 의료직이라 커리어도 인정받습니다. 대신 그 돈이 편해서 받는 돈은 아닙니다. 스트레스, 책임감, 사람 상대 피로를 다 포함한 가격입니다.
결국 글로리아를 보면서 느끼는 건 미국 약사는 분명히 돈은 잘 버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요구되는 수준도 높습니다.
단순히 공부 잘해서 되는 직업이 아니라, 버티고 적응하고 사람을 상대할 수 있어야 오래 갑니다.
텍사스에서 H-E-B 약사라면 안정적인 고소득 직업이라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약사들의 현실적인 고충 그리고 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들의 어려움을 같이 봐야 받는 돈 가치가 좀 이해가 되네요.


TexasMan
초개와같이
달려야하니






USALATU BLOG | 
My Antonio | 
살아가라 그뿐이다 | 
미주통신뉴스 블로그 | 
Make My Day | 

도움되는 생활이야기 | 

고래 고함 즉흥 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