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 어떤 사람에게 좋고 어떤사람에게 별로인가? - San Antonio - 1

안녕하세요. 샌안토니오 지역 이주를 고민하며 이 글을 클릭하신 모든 분들 반갑습니다.

보통 인터넷에서 '어느 도시가 살기 좋은가'를 검색하면 좋은 동네 사진, 유명 관광지, 혹은 '집값이 싸다', '학군이 좋다' 같은 뻔한 장점 목록만 가득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런 정보만 믿고 짐싸서 이주했다가, 막상 정착한 뒤에 밀려오는 외로움과 괴리감 때문에 후회를 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던지셔야 할 질문은 "그 도시가 좋은 도시인가?"가 아닙니다.

바로 "그 도시가 나에게 맞는 도시인가?"입니다. 이 질문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가서 살때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이곳 샌안토니오에서 오랜 세월 직접 부딪히고 살아가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샌안이 게 좋고 어떤사람에게 별로인가 정리해 보겠습니다.

샌안토니오가 '찰떡'처럼 잘 맞는 분들

먼저 이런 성향이나 조건을 가진 분들이라면 샌안토니오는 아주 살만하고 진작에 왔을걸이라는 말이 나오는 보금자리가 될 것입니다.

군인 및 군 가족, 그리고 은퇴 군인분들

샌안토니오의 별명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밀리터리 시티 USA(Military City USA)'입니다. JBSA(Joint Base San Antonio)를 비롯한 거대한 군사 기지와 관련 시설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만큼 퇴역 군인(Veteran)에 대한 예우와 혜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군 관련 삶을 살아오셨거나 현재 몸담고 계신 분들에게는 물적, 사회적 인프라가 미국 최고 수준으로 최적화되어 있어, 정착 초기부터 아주 편안함을 느끼실 것입니다.

의료 및 간호 분야 종사자 또는 지망생

이곳에는 미국 남서부에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사우스 텍사스 메디컬 센터(South Texas Medical Center)'가 있습니다. 대형 병원들과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어 간호사, 의료 테크니션 등 보건의료 분야의 취업 기회가 상시 열려 있습니다. 또한 UIW(University of the Incarnate Word)나 UT 헬스 같은 대학들의 의료 관련 학위 및 자격증 프로그램이 굉장히 탄탄합니다. 의료계 커리어를 탄탄하게 다지며 안정적으로 살아가기에 이보다 좋은 도시는 드뭅니다.

실속 있게 생활비를 줄이며 대도시 인프라를 누릴 분

텍사스가 아무리 많이 올랐다고 해도, 샌안토니오는 여전히 달라스나 오스틴 같은 이웃 대도시들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현저히 적습니다. 텍사스 특유의 넓고 쾌적한 주택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장만할 수 있으면서도, 미국에서 인구 순위로 손꼽히는 대도시의 문화, 쇼핑, 의료 인프라는 고스란히 누릴 수 있으니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숨은 보석 같은 곳입니다.

역사, 문화, 그리고 야외 활동을 사랑하는 분

주말마다 집에만 있으면 좀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샌안토니오는 역사가 깊은 도시입니다. 텍사스 독립의 상징인 알라모(The Alamo) 성채가 도시 한복판에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버워크(River Walk)를 따라 걷는 낭만이 있습니다. 게다가 조금만 차를 몰고 나가면 아름다운 힐 컨트리(Hill Country)의 구릉지대와 맑은 강, 국립공원들이 펼쳐집니다. 자연 속에서 하이킹하고 캠핑하는 것을 즐기는 분들의 주말은 늘 풍요로울 것입니다.

따뜻하고 온화한 겨울을 원하시는 분

미국 중서부나 동부의 혹독한 폭설과 칼바람에 지치셨습니까? 겨울에 눈을 치우느라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여기가 답입니다. 이곳의 겨울은 한국의 가을이나 늦봄처럼 온화하고 따뜻합니다. 겨울철 두꺼운 패딩 점퍼 대신 가벼운 재킷 하나만 걸치고 다닐 수 있는 여유를 원하신다면 아주 이상적인 기후입니다.

샌안토니오가 잘 안 맞는 분들 (경고)

자,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장점만 보고 오셨다가 후회하시는 분들은 대개 아래의 조건들을 간과하셨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런 마음으로 오시면 100% 후회합니다!
"가서 심심하면 어쩌지? 뭐 살다보면 즐겁게 지내겠지"
단언컨대, 와서 심심하다고 생각할 거라면 애초에 오시면 안 됩니다.

이 도시는 화려한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처럼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 각종 볼거리와 밤문화 같은 유흥이 쏟아지는 곳이 아닙니다.

이 도시는 '집에서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바쁘게 움직이고, 집 주위의 새로운 자연 환경과 현지 문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내는 곳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에게 맞지 않는지 나열해 보겠습니다.

거대한 한인 커뮤니티와 인프라가 필수인 분: 샌안토니오에도 한인 마트와 식당이 있고 따뜻한 한인 사회가 존재하지만, 달라스 광역권(플레이노, 프리스코, 캐롤턴)이나 휴스턴에 비하면 규모가 작습니다. 걸어서 갈 만한 한인 타운, 대형 H마트 골목 같은 풍부한 한인 인프라를 매일 누려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이라면 이곳 생활이 아주 외롭고 불편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그런 분들은 달라스나 휴스턴으로 가시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첨단 테크, 금융, 스타트업 헤드쿼터 커리어를 원하는 분: 만약 본인의 직종이 IT 개발자이거나,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거나, 글로벌 금융가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원하신다면 샌안토니오는 어울리지 않는 옷입니다.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시리콘 힐즈' 오스틴이 그 분야에서는 명확하고 압도적인 우위에 있습니다. 샌안토니오의 산업 구조는 의료, 군사, 관광, 서비스업 중심입니다.

뚜벅이 생활, 즉 대중교통으로 살고 싶은 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마트에 가겠다는 생각은 이 도시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땅덩어리가 워낙 넓고 대중교통 인프라가 취약하여, 1인 1차가 없으면 사실상 고립되는 도시입니다. 운전을 극도로 싫어하시거나 차 없는 자유로운 도시 생활을 원하신다면 샌안토니오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서늘한 날씨나 뚜렷한 사계절을 원하시는 분: 아쉽게도 텍사스 전체가 그렇듯 사계절이 시베리아처럼 뚜렷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름 폭염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는 텍사스의 펄펄 끓는 여름 더위를 견디기 어렵다면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에어컨 바람 밑에서 여름을 버틸 재간이 없으시다면 서북부나 동북부로 가셔야 합니다.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입니까?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샌안토니오는 군 관련 가정, 의료계 종사자, 생활비를 아끼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용적인 이주자, 그리고 주말마다 자연으로 떠나는 야외 활동 애호가들에게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훌륭하고 인간미 넘치는 도시입니다.

도시 자체가 주는 이웃들의 정은 아주 깊고 따뜻하며,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심심한데 어디 한번 가볼까?" 하는 수동적인 마음으로 오시면 넓은 땅덩어리와 더운 날씨 속에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스스로 내 집을 가꾸고, 마당을 돌보고, 새로운 미국 이웃들과 어울리며 현지 환경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셨습니까?

남들의 말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여러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먼저 차분하게 정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솔직하게 적어 내린 이 체크리스트에 여러분의 삶을 대입해 보십시오. 그러면 냉정하게 답이 보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위대한 첫걸음을 먼발치에서나마 진심을 담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