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아는 HOA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는 1980년대 이후입니다.

당시 연방정부가 개발업자에게 분양 허가를 쉽게 내주는 조건 중 하나가 '자체 관리 조직 설립'이었기 때문에, HOA는 거의 모든 신규 커뮤니티에 의무적으로 붙는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결국 HOA는 동네를 더 깔끔하게 유지하고 공용 시설을 책임지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규정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임원진의 권한이 비대해지며 지금처럼 논란이 많은 조직으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우리 동네를 아름답게 유지해주는 고마운 단체'처럼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동네 미니 독재 정권처럼 굴 때가 많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HOA들이 집주인을 상대로 보여준 별별 황당한 규정과 횡포가 쌓이고 쌓이다 못해, 결국 주정부가 "이제 그만 좀 해라"라며 칼을 빼들었습니다.

HOA(Homeowners Association)는 원래 주민들의 공동 생활을 관리하고, 동네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들으면 참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권력 맛을 본 소수 임원진이 자신들 '기분과 취향'을 기준으로 동네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기막힌 구조가 되어버린 곳이 적지 않습니다.

페인트 색이 조금만 다르다고 벌금, 문 앞에 화분을 두면 벌금, 차고 문을 열어놨다고 벌금, 심지어 특정 브랜드의 차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주차 못 하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사례까지. 주민들은 집주인인데도 권리가 없고, HOA는 회비를 걷으며 왕처럼 군림하는 꼴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이 문제에 특히 민감했습니다.

주택 가격도 비싸고, HOA가 딸린 커뮤니티가 워낙 많다 보니 불만이 폭발적으로 쌓이기 쉬웠죠. 그래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결국 결국 나섰습니다. "HOA 마음대로 못 한다. 주민 권리 보호한다." 여러 법안이 통과되면서 HOA의 권한을 제한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고, 징계나 벌금 부과 절차를 더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한 겁니다.

HOA가 갑질로 회비를 걷거나 주민에게 불합리한 제재를 가하는 걸 막기 위해 주민 투표 절차도 강제하고, 재정 보고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임원진이 독단적으로 규정을 바꾸지 못하게 한 것이죠.

그럼 다른 주들의 상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HOA 대응 방식은 주마다 천차만별입니다.

텍사스는 최근 들어 캘리포니아를 따라 HOA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주차 스티커 색깔 하나 가지고 벌금 폭탄을 맞은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텍사스도 투명성 강화와 임원진 권한 축소 법안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HOA가 강한 편이라 규정을 들이밀면 집주인이 맞설 방법이 제한적인 게 현실입니다.

플로리다는 어떨까요? 여기야말로 HOA의 '끝판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노인 커뮤니티가 많은 지역 특성상 규정이 극도로 까다롭고, 임원진이 무소불위에 가까운 결정권을 가지는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 잔디 길이가 기준보다 길다고 해서 벌금이 나오고, 문 앞에 놓인 작은 장식 하나 때문에 경고장을 받는 일도 흔합니다. 문제는 집주인이 항의하면 오히려 "그럼 우리랑 법정에서 보자"라며 HOA가 변호사부터 세우는 바람에 주민들이 지쳐 떨어지는 구조가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애리조나는? 여긴 HOA가 지나치게 강하게 군림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주민들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데도 진짜 주인이 HOA 같다"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그나마 최근 입법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캘리포니아만큼 명확하게 제동이 걸린 상태는 아닙니다.

반대로 워싱턴주나 오레곤 같은 곳은 비교적 진보적인 HOA 규제 분위기입니다. 주민 권리 보호 조항이 일찍 자리 잡았고, 임원진이 마음대로 회비를 인상하거나 터무니없는 규제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런 지역들도 문제없는 건 아니죠. '작은 왕국'처럼 군림하길 좋아하는 HOA는 어디에도 있으니까요.

결국 HOA 문제는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작은 권력의 폭주'입니다. 주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조직이 어느 순간 주민 위에 군림하고, 집주인은 자기 집에서조차 마음대로 살기 어려워지는 웃픈 현실이 된 겁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의 움직임은 의미가 큽니다. HOA를 해체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민의 집에 간섭할 권리가 무제한은 아니다"라는 당연한 원칙을 다시 세운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