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오맹달은 단순한 조연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2021년 2월 27일, 향년 69세로 간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아시아 영화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죠.
한국에서는 그를 주성치와 함께 코믹 콤비로 출연한 영화들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웅본색 2, 천장지구, 도학위룡, 그리고 그 유명한 도성시리즈, 소림축구 같은 작품에서 감초 역할을 했기 때문인데, 사실 그의 연기 인생은 훨씬 더 깊고 넓은 궤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맹달은 TVB 시절부터 꾸준히 활동하며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주성치 영화에 자주 등장하다 보니 "주성치 단짝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결코 한 사람의 그림자에 머물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천장지구》, 《영웅본색 2》, 《특경도룡》 등에서는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진지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천장지구》에서 보여준 절제된 감정 연기는, 오맹달이 단순한 희극 배우가 아니라 진중한 배역도 소화할 수 있는 폭넓은 연기자라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도박과 방탕한 생활로 어려움을 겪었고, 그 때문에 한동안 연기 활동도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 성실히 작품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습니다.
화면 속에서 능청스럽게 웃음을 주는 모습은, 사실 그가 인생에서 겪은 굴곡과 고통을 녹여낸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관객이 그의 연기를 보며 '사람 냄새'와 '진정성'을 느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오맹달의 연기는 늘 주연을 빛내주는 조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조연'은 흔히 말하는 '곁다리'가 아니라 작품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필수적인 존재였죠. 그는 작은 몸짓 하나, 익살스러운 표정 하나로 장면을 살렸습니다. 쉽게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정교하게 계산된 연기였습니다. 이런 감초 연기는 단순한 희극성이 아니라, 인생의 무게를 경험한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지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오맹달을 주성치의 '단짝 배우'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동료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오맹달은 이미 1980년대 홍콩 영화계에서 탄탄히 자리 잡은 베테랑이었고, 주성치는 이제 막 TVB에서 무명 시절을 보내던 신인이었습니다. 오맹달의 회고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86년 TVB 시절 처음 알게 되었고, 집이 가까워 자연스럽게 교류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홍콩 영화의 전성기가 기울어가던 1990년대, 주성치가 스타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을 아껴준 오맹달을 잊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영화에 캐스팅했습니다.
그 결과 '도성' 시리즈에서 삼촌과 조카로, 《소림축구》에서는 감독과 선수로 등장하는 등, 주성치 영화 속에서 늘 친근한 콤비로 자리했습니다. 그래서 팬들은 오맹달을 "주성치의 페르소나"라고 부르기도 했죠.
도성 (1990)
홍콩 코미디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 카드 도박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주성치는 코믹한 도박사로, 오맹달은 그의 삼촌 역으로 등장합니다. 오맹달은 능청스럽고 어딘가 허술한 삼촌 캐릭터로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주성치와 오맹달 콤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이후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대표하는 원형이 되었습니다.
도학위룡 (1991)
고등학교에 위장 잠입한 형사(주성치)와 함께 활약하는 오맹달의 연기는 '삼촌 같은 조력자'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 속에서도 오맹달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과 타이밍 좋은 대사가 돋보였죠. 단순히 보조적 역할이 아니라, 주성치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도신 시리즈 (1991)
'도성'의 흥행으로 이어진 도박 소재 영화 붐 속에서, 오맹달은 늘 주성치 곁에서 웃음을 담당했습니다. 그의 캐릭터는 돈에 약하고 허세가 많지만, 또 어딘가 친근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왔습니다. 이 시기 오맹달의 이미지는 사실상 '주성치 옆의 삼촌'으로 굳어졌습니다.
정무문 (1994)
이소룡의 명작을 패러디한 작품. 주성치는 진지하면서도 허무맹랑한 무술 수련생으로 나오고, 오맹달은 그의 주변에서 코믹함을 더하는 스승이자 동네 어른 같은 인물로 등장합니다. 원작의 무게감을 희화화하면서도, 오맹달의 연기 덕분에 영화는 가볍지만 결코 얄팍하지 않게 완성되었습니다.
소림축구 (2001)
두 사람의 콤비가 남긴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 주성치는 열정적인 축구팀 감독이자 주연, 오맹달은 구단주이자 함께 팀을 이끄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노쇠하고 병약한 캐릭터였지만, 오맹달의 연기는 마지막까지 유머와 따뜻함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주성치와 오맹달 콤비의 정점'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코믹 배우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오맹달의 필모그래피에는 진중한 연기도 적지 않습니다. 《천장지구》, 《영웅본색 2》, 《특경도룡》 등에서 보여준 절제된 연기는, 그가 단순히 익살스러운 캐릭터만 소화한 배우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오맹달의 작은 표정 변화와 대사 톤은 때때로 주연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가 주성치 영화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감초 역할을 하면서도, 다른 작품에서는 진지하고 묵직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의 삶 자체가 굴곡이 많았기 때문일 겁니다.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과 도박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시 일어나 성실히 연기에 몰두한 그의 인생은, 그 웃음 너머에 묻어나는 진정성을 더해주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2003년 《소림축구》 이후 두 사람이 더는 함께 작품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여러 소문이 돌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주성치의 독선적인 성격과 작품마다 불거진 여성편력에 오맹달이 질려서 멀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는 그다지 신빙성이 없습니다. 다만 주성치가 이미지와 달리 성격적으로 까다롭고 업계 내에서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흘러나왔습니다.
실제로 그는 2010년 이후 홍콩보다는 중국 본토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는데, 이는 홍콩 영화계 내에서의 고립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오맹달과의 결별 역시 이 같은 맥락 속에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가 떠난 뒤 많은 홍콩 배우들과 팬들은 "진짜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고 애도했습니다.
단순히 웃음을 주던 배우가 아니라, 영화 속에서 우리에게 따뜻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전해주던 배우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맹달은 주성치의 그림자 속에서만 존재한 배우가 아니라, 홍콩 영화 역사에 굵은 흔적을 남긴 베테랑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맹달의 부재는 단순한 한 배우의 죽음이 아니라, 홍콩 영화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린 듯한 허전함을 남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