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튜브 알고리즘이 던져준 다큐에 나오는 얼룩말 영상을 봤는데, 그냥 검은 줄무늬 말쯤으로만 알고 있던 이 동물의 세계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이왕 빠진 김에 '얼룩말의 신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얼룩말은 아프리카 사바나에 넓게 퍼져 산다.

수단 위쪽에서부터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아래로 쭉 이어지는 광활한 지역을 생활권으로 삼는데, 몸집은 우리가 흔히 보는 당나귀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크다.

보통 몸높이가 120~160cm 정도 되고 무게도 160~450kg 정도라는데, 사진으로 볼 땐 몰라도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크고 단단한 느낌일 것 같다. 평균 수명은 약 25년이지만, 야생의 삶은 늘 각본 없는 전쟁이라 대부분이 그 나이를 온전히 채우지 못하고 사자나 하이에나 같은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가뭄·질병으로 생을 마친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사회 구조다. 얼룩말은 모계 중심의 무리를 이루는데, 나이 많은 암컷이 리더 역할을 한다. 무리에는 여러 암컷과 번식을 위해 합류한 소수의 수컷이 함께 있는데, 수컷 대장이 바뀔 때 기존 새끼를 죽이고 다시 암컷과 짝짓기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사자 다큐에서나 보던 그림이 얼룩말 세계에도 존재한다니 자연은 언제나 냉정한 것 같다.

천적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성체는 주로 사자가 노리고, 표범이나 치타, 아프리카들개는 새끼 위주로 사냥한다. 포식자가 나타나면 대부분 도망치지만 궁지에 몰리면 뒷발차기로 반격하기도 한다. 뒷발 한 번 잘못 맞으면 큰일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자 상대로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가에서는 나일악어가 기회를 보다가 덮치기도 하니, 얼룩말의 하루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전쟁터에 가깝다. 사바나의 평온한 풍경 뒤에는 늘 생존의 긴장이 숨 쉬고 있다.

그 와중에도 이 친구들은 다른 초식동물들과 꽤 좋은 협력 관계를 만든다. 기린과 함께 다니면 기린의 높은 시야 덕분에 위험을 빨리 눈치챌 수 있고, 타조와 함께 하면 시력 좋은 타조가 먼저 위험을 발견하고 얼룩말은 청각과 후각으로 대응한다. 서로 부족한 감각을 보완해 가며 공생하는 모습이 참 흥미롭다.

더 흥미로운 사실. 이름은 얼룩'말'이지만 유전적으로는 말보다 당나귀에 더 가깝다. 그래서 말·당나귀와 교배가 가능하고, 이렇게 태어난 잡종을 지브로이드라고 부른다. 말+얼룩말은 졸스, 조랑말과 교배하면 조니, 당나귀와 교배하면 종키라는 이름이 붙는다. 다만 염색체 문제로 대부분은 번식 능력이 없다.

우리나라 전주동물원에는 얼룩말과 제주마 사이에서 태어난 '제열이'라는 개체가 있는데, 이 친구는 심지어 인위적 교배가 아니라 수컷 말이 담을 넘어 얼룩말과 사랑(?)을 나눠 태어났다고 한다. 영화보다 드라마틱하다.

울음소리도 말과 다르다. 왈왈 짖는 개와 비슷하다고 해서 처음엔 의아했는데, 서로 경보를 보내거나 무리의 주의를 끌 때 쓰는 일종의 신호라고 한다. 사바나 한가운데서 이런 소리가 들리면 얼룩말들 입장에선 "야 조심해라!" 하는 긴급 방송인 거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하나. 수컷의 정액량이 젤 형태를 포함하면 경우에 따라 최대 1 리터 넘게 나올 수 있다는 것. 이건 좀 대박이다 싶었다 ㅎㅎ.

자연의 번식 메커니즘이라는 건 참 끝없이 신기하다. 번식을 둘러싼 경쟁과 생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줄무늬 말'이라며 가볍게 지나쳤던 얼룩말은 사실 훨씬 더 강렬하고 본능적이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야생의 존재였다.

살아가는 방식은 우리 인간과도 닮은 듯 닮지 않았다. 서로 의지하며 무리를 이루지만 필요할 땐 어쩔 수 없이 냉정해지고,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감각을 곤두세운다. 간혹 사진으로 볼 땐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줄무늬 속에는 야생의 긴장과 자연의 법칙이 새겨져 있다. 우리가 도시에서 사는 삶과 비교하면 다르면서도 묘하게 공감되는 지점도 있다.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무리를 이루며, 때로는 냉정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

얼룩말을 다시 보게 된 하루다. 그냥 줄무늬 예쁜 동물이 아니라, 아프리카 태양 아래서 치열하게 숨 쉬는 생명의 하나라는 걸 느끼니 얼룩말이 그날은 달라 보이더라. 이렇게 조금씩 배워가는 게 블로그 쓰는 재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