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있는 뉴욕이라는 도시는 빠르고, 모든 게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별일 아닌 일에도 짜증이 확 치밀 때가 있다.

지하철에서 누가 어깨만 툭 스쳐도, 이메일 회신이 늦는 거래처 때문에도, 아니면 그냥 이유 없이 피곤해서도 짜증난다.

예전엔 이럴 때 뭘 해야 스트레스가 풀릴까 고민했다. 운동을 해볼까? 술을 한잔할까? 친구랑 수다라도 떨어볼까?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각 전에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그냥 자자.”

진짜로, 자고 나면 많이 괜찮아진다. 왜일까?

뇌가 스트레스 기억을 ‘정리’해준다

잠을 잘 때 우리 뇌는 하루 동안 받은 정보들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도 포함해서.

특히 렘수면 중에는 감정과 관련된 기억이 정리되면서, 우리가 느낀 부정적인 감정을 부드럽게 만든다.

쉽게 말하면, 뇌가 “야, 그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고 조용히 말해주는 거다.

그래서 아침에 눈 뜨면 전날 그렇게 속상했던 일이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로 바뀌어 있다. 신기하지?

스트레스 호르몬, 잠이 줄여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마구 분비한다. 이게 계속 쌓이면 몸도 뇌도 지쳐버린다.

그런데 수면은 이 코르티솔 수치를 낮춰준다.

잠들면 몸의 교감신경이 줄어들고, 부교감신경이 작동하면서 몸을 ‘회복 모드’로 돌려놓는다.

그래서 진짜 스트레스 받을 때 푹 자고 일어나면, 몸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쓸데없는 생각을 ‘일시정지’ 시켜준다

나는 가끔 너무 머리가 복잡해서 머리를 감아도, 밥을 먹어도, 뭐든 집중이 안 될 때가 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몰아붙일 때 말이다. 그럴 땐 자는 게 차라리 낫다. 잠은 일종의 ‘강제 리셋’이니까.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온갖 잡생각이 떠오르긴 하지만, 어느 순간 그걸 뇌가 강제로 끊어버린다.

그렇게 의식이 사라지고, 다시 돌아왔을 땐 이상하게도 정리가 되어 있다. 적어도 그 복잡한 마음의 중심에서 살짝은 벗어나게 된다.

물론, 아무 때나 잘 순 없어.

가끔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오히려 잠이 안 오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런 밤을 수없이 겪었다.

그럴 땐 억지로 자려고 애쓰는 대신, 몸을 편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샤워를 하고, 휴대폰을 멀리 두고, 불을 최대한 낮춰놓는다.

그리고 그냥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자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만 쉬자.”

그러면 이상하게 마음이 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스트레스를 이기려고 애쓰지 말고, 때로는 그냥 몸에게 기회를 줘라.

자고 나면 문제 자체가 사라지진 않지만, 그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져 있을 거다.

진짜 이상한 건, 자고 나면 “에이 뭐 어때” 하면서 피식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거다.

그게 바로 수면이 주는 힘이다.

그리고 뉴욕처럼 바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그게 제일 현실적인 힐링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괜히 기분이 뒤숭숭하다면? 그냥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조용히 불 끄고 누워보자.

기분 좋아지는 아침이, 새삼스럽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