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리노이 주 에서 사는 사람들, 과연 행복할까?
미국에서 "여긴 행복지수 몇 점이냐?" 물어보면, 딱 부러지게 답할 수 있는 주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일리노이는 참 애매하게 중간쯤에 걸쳐 있는 느낌이 있다. 막 대박 좋다 소리도 못 듣고, 그렇다고 불행한것 같다는 말도 못 듣는, 딱 그 어중간한 인생 같은 주다. 특히 우리 같은 40대 아줌마들 입장에서는 살기 나름, 버티기 나름, 마음먹기 나름인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일단 좋은 점부터 말하면, 삶의 기반은 괜찮다. 의료, 교육, 공원, 도서관, 도로, 이런 기본적인 서비스들은 뉴욕이나 캘리포니아만큼 비싸지도 않고, 혜택도 은근 잘 갖춰져 있다. 학교도 괜찮고, 병원도 널려 있고, 월세나 집값도 시카고 한복판만 피하면 그래도 버틸 만한 수준이다. 이래저래 아이 키우면서 살아가기에 망가지지 않게 받쳐주는 힘이 있다고 할까?
근데 문제는 이 안정감이 딱 거기까지라는 거다. 감정적인 행복? 사람들끼리의 따뜻한 정?
동네 엄마들끼리 붙어 다니는 분위기도 아니고, 서로 간에 챙겨주고 수다 떠는 문화도 약하다. 그냥 각자 바빠서, 각자 가족 챙기고, 자기 일 처리하고, 남한테 신경 안 쓰는 게 기본값이다. 그래서 "외로움"이라는 게 상처처럼 톡 건드려질 때가 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데도, 문득 허전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런 날 있잖나? 그게 종종 찾아온다.
특히 겨울. 진짜 행복지수 다 깎아먹는 계절이다. 바람 맞으면서 장보고 집에 오면 괜히 인생이 쓸쓸해지고, 남편도 애도 평소랑 똑같은데 내가 먼저 지치는 느낌? 날씨 탓만 하기엔, 사람들 성격도 좀 미니멀하다. 도움은 잘 주는데 먼저 다정하진 않고, 친절하지만 뜨겁진 않은 그런 사람들. 말은 안 하지만 서로 거리를 두는 게 매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랄까. 정 많은 한국 아줌마 입장에서는 가끔 답답하다.
그래도 웃긴 건, 이 정없어 보이는 주가 이상하게 매력이 있다는 거다. 내가 먼저 움직이면 기회도 생기고, 내가 손 내밀면 관계도 만들어지고, 가만히 있으면 그냥 편하게 내 공간으로 내버려 둔다. 누가 날 끌고 가지도 않고, 막 간섭하지도 않고, 생존만 잘하면 나름 편하다. 그러니까 행복이 알아서 찾아오는 곳은 아니지만, 내가 만들면 천천히 자리 잡는 곳 같은 느낌이다.
일리노이는 정이 넘치진 않지만, 대신 내 행복을 내 방식대로 키워갈 공간을 주는 그런 곳. 그래서 불행하다고 하기엔 억울하고, 행복하다고 말하기엔 좀 쑥스러운 딱 우리 40대 아줌마 인생처럼 알쏭달쏭한 주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찾아보니까 미국에서 조사로 "가장 행복한 주"로 자주 꼽히는 곳은 하와이라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하와이는 전체 행복지수에서 1위를 기록했고, 성인 우울증 비율이 낮고 신체적·정서적 웰빙이 높아 삶에 만족하는 주라고 한다.
그럼 우리가족이 하와이로 이사가면 행복해질까? 그건 또 다른 문제인것 같다.
그런데 영화 친구에서 "니가 가라, 하와이".... 장동건이 진짜 친구를 위해서 한 말이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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