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리노이의 겨울을 처음 겪고 느낀건 한국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지만, 이곳의 추위는 완전히 다른 종류였습니다.
한국의 추위가 얼굴에 닿으면 따갑게 시리는 느낌이라면, 일리노이의 겨울은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예요. 특히 오대호 근처 시카고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장난이 아닙니다. 현지 사람들은 이걸 "Lake Effect Wind"라고 부르는데, 미시간호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그대로 도시를 덮쳐요. 진짜로 코끝이 얼어서 숨 쉴 때마다 바람이 칼날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제가 사는 곳은 시카고에서 조금 떨어진 중부 일리노이인데 그래도 12월부터 2월까지는 눈이 자주 내립니다.
기온은 보통 영하 10도 안팎이고, 바람이 심한 날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눈이 내릴 때는 예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죠. 쌓인 눈이 낮에 녹았다가 밤에 다시 얼면, 길이 미끄럽고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많습니다. 한국의 서울이나 부산처럼 제설이 빠르게 되는 곳이 아니라서, 차를 몰고 다니려면 스노우타이어는 거의 필수입니다.
그렇다고 매일이 혹한인 건 아니에요. 가끔은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고, 눈 덮인 들판이 반짝이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눈길을 걸으며 조용히 커피 한잔 마시는 게 참 좋습니다. 일리노이는 땅이 넓고 하늘이 탁 트여 있어서, 겨울에도 일몰이 정말 아름다워요. 오후 4시 반쯤이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붉은빛이 눈 위에 반사될 때의 그 고요함은 한국 도시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정이에요.
한편으로는 한국과 다르게 난방 방식이 좀 달라서 처음엔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한국은 보일러로 바닥이 따뜻한데, 여긴 대부분 중앙 난방 시스템이라 공기로 온기를 전달합니다. 그래서 방 안이 금세 따뜻해지지만, 습도가 낮아서 피부가 금방 건조해지고 입술이 트죠. 그래서 겨울이 되면 가습기랑 핸드크림은 거의 생존 도구 수준이에요. 또 난방비가 생각보다 비싸서 온도를 너무 높여두면 한 달 난방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일리노이의 겨울을 버티는 데 중요한 건 옷차림이에요. 한국식 코트 하나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보통 롱패딩이나 다운 재킷을 입고, 안에는 히트텍이나 두꺼운 스웨터를 겹쳐 입어요. 장갑, 모자, 머플러는 기본이고, 눈이 많이 오는 날은 방수 부츠가 필수예요. 처음엔 그게 너무 과한 것 같았는데, 영하 15도 바람 맞아보면 왜 다들 그렇게 입는지 이해됩니다.
그래도 일리노이 겨울에는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주말이면 근처 호수나 공원에서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스케이트장에서는 커플이나 가족들이 웃으며 미끄러져요. 눈 내린 날 시카고 미시간호 근처를 걷다 보면, 도시가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보입니다. 바람이 차갑고 손이 시려워도 그 겨울의 분위기 자체가 하나의 영화 같아요.
한국에서 느끼던 겨울은 도시의 소음과 함께 움직이는 계절이었는데 여기의 겨울은 고요하고 묵직합니다.
바람이 세고, 눈이 많고, 춥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정적이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줘요. 30대가 되고 나니 이런 겨울의 여유가 오히려 좋더라고요. 일리노이의 겨울은 분명 춥지만, 그 속에는 이곳만의 평온함과 낭만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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