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스턴 살다 보면 집 앞마당에 도마뱀 나오고, 비 오면 모기 파티 열리는 건 기본이라 치는데, 어느 날 회사 창고 입구 위쪽에 뭔가 둥글게 달려 있는 걸 보고 '저게 뭐지?' 하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크림색에 가까운 종이같은 재질, 안쪽이 작은 방들로 나뉜 구조 그리고 주변을 맴도는 노란 줄 가진 호넷, 말벌이죠.
휴스턴 여름 햇살 받으며 쑥쑥 자란 듯 크기가 손바닥만 했고, 창고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녀석들이 휙휙 날아다녀서 직원들이 아예 창고 출입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스프레이 하나 들고 '내가 해결한다' 싶은 허세도 잠깐 있었는데, 유튜브 한 바퀴 돌며 말벌 공격 영상 보니까 그런 용기는 싹 사라지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작전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조용할 때 스프레이로 한 번에 끝낸다. or 전문가 불러서 안전하게 제거한다.
비용 생각하니 1안이 솔깃했지만 직원 한 명은 예전에 말벌에 쏘여 손이 풍선처럼 부은 적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결국 2안 선택. 퇴근길에 로컬 벌집 제거 서비스에 연락하니 바로 다음 날 아침 방문 가능하다더군요.
기사 아저씨가 오자마자 고글, 장갑, 두꺼운 보호복까지 입는 걸 보며 '아... 이건 우리가 할 짓이 아니었다' 확신이 들었습니다.
스프레이를 뿌리자마자 벌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데 보호복 없었으면 아마 단체로 봉변 당했을 겁니다.
30분쯤 지나니 벌집이 통째로 떨어져 나왔고 내부에는 갓 부화한 흰색 애벌레들이 촘촘했어요.
휴스턴 기후가 따뜻해 벌집 형성이 쉽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 눈으로 보니 왜 관리가 중요한지 알겠더군요.
제거 후 입구 주변에 구멍이 있길래 실리콘으로 막고 스프레이로 향후 유입 방지까지 처리했습니다.
직원들 얼굴에 다시 평화가 돌아왔죠. 지금도 창고 문 열 때마다 위쪽 한 번은 쳐다보게 됩니다.
벌집은 한 번 생기면 그 자리가 또 목표가 된다니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눈도장 찍어 줄 생각입니다.
이젠 입구 위에 작은 그림자 보인다 싶으면 그냥 넘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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