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에서 베가스 특유의 번쩍이는 분위기를 뒤로하고, 차로 40~50분만 달리면 후버 댐이 나타난다.

도시의 화려함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라 그런지, 후버 댐 투어는 베가스를 찾은 사람들이 하루 일정으로 많이 넣는 대표적인 코스다. 나도 그 흔한 관광 코스를 따라가 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인상 깊었다.

베가스에서 출발하면 우선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점점 작아지고, 도로 양옆으로 붉게 빛나는 사막 지형이 펼쳐진다.

하늘은 끝없이 넓고, 햇빛은 강하지만 건조해서 오히려 상쾌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검문소 같은 보안 체크포인트를 지나면 후버 댐 근처로 들어서게 된다.

이 순간부터 풍경이 급격히 바뀐다. 높은 절벽 사이에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는데, 처음 보면 왜 이게 거의 100년전인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뉴욕 마천루 빌딩들도 그렇고 동서횡단 철도 다리들도 그렇고.... 당시 미국이 가진 기술력과 노동력의 총집합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투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댐 위쪽에서 풍경만 보는 셀프 투어 또 하나는 내부로 들어가는 가이드 투어다.

시간이 된다면 내부 투어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깊숙한 발전 시설로 내려가면 무지막지한 터빈들이 줄지어 있고 콘크리트 벽에서는 장대한 공사 흔적이 느껴진다.

댐 내부는 상당히 서늘해서 사막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이 잠깐 잊힌다. 가이드는 댐을 건설할 때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됐는지, 어떤 기술이 쓰였는지 그 당시 어느 정도 규모의 토목이었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댐 위쪽 전망 포인트에서는 콜로라도 강이 푸른색으로 흐르는 모습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바람이 세게 불 때는 모자를 잡고 서 있어야 할 정도인데, 그 시원함이 후버 댐 특유의 분위기를 만든다.

한쪽에는 아리조나, 다른 쪽에는 네바다가 이어지니, 댐 위에서 두 주를 동시에 밟아보는 재미도 있다. 기념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경계를 표시한 라인을 꼭 찾는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마이크 오칼한–팻 틸먼 메모리얼 브리지'다. 이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후버 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댐의 거대한 곡선과 콜로라도 강의 수면, 사막의 붉은 바위들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데 사진으로는 절대 다 담기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바로 전망대가 나오는데, 댐 전체를 조망하는 데는 이곳만 한 곳이 없다.

후버 댐 투어를 하고 다시 베가스로 돌아갈 때쯤이면 "아까 그게 정말 사람이 만든 게 맞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베가스의 인공적인 화려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 기술력, 그리고 그걸 둘러싼 자연의 스케일이 묘하게 대비되는 느낌이다.

하루 일정으로 딱 좋고, 베가스의 번잡함에서 잠시 벗어나 거대한 미국 대공황 시대의 야심찬 토목 프로젝트를 마주할 수 있는 멋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