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크리스마스되면 꼭 등장하는 이벤트가 White elephant gift exchange인데, 이걸 그냥 선물 교환 정도로 생각하면 문제 생깁니다.
일단 먼저 설명부터 하자면 화이트 엘리펀트는 기본적으로 게임입니다. 그냥 다 같이 웃자고 하는 선물 교환 이벤트입니다.
핵심은 쓸모없지만 재미있는 선물을 가져와야 합니다. 이걸 모르면 저처럼 혼자 분위기 파악 못 한 사람 됩니다 ㅎㅎ.
화이트 엘리펀트라는 말의 유래가 고대 태국에서 시작됐다는데 그때 태국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흰 코끼리는 신성한 동물이라 일을 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팔 수도 없는데 먹이는 또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결국 그 코끼리를 받은 사람은 겉으로는 귀한 선물을 받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유지비 때문에 경제적으로 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화이트 엘리펀트라는 말 자체가 겉만 번드르르하고 처치 곤란한 물건, 있으면 골칫거리인 물건을 뜻하게 됐습니다. 이 의미를 알고 나면, 미국 회사에서 왜 그런 선물들이 나오는지 이해가 됩니다.
이 게임에서 환영받는 선물은 실용적인 물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실용적이면 눈치 없는 사람이 됩니다.
웃음을 줄 수 있는 황당한 물건, 기발한 소품, 집에 두기 애매한 장식품, 말 그대로 예쁜 쓰레기 같은 게 정답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전에 가격 제한도 아주 낮게 잡습니다. 보통 10달러 많아야 20달러 선입니다. 이 가격 제한 자체가 이미 힌트입니다. 진지해지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모르고 이걸 시크릿 산타 같은 걸로 착각했습니다.
뉴욕에 있는 회사가 워낙 다국적이라 미국 사람, 필리핀 사람, 한국 사람, 히스패닉 직원들까지 다 섞여 있었는데, 저는 괜히 한국 사람 특유의 성의 모드가 켜졌습니다. 예산은 20달러라길래 혼자만 진지하게 고민해서 70달러짜리 커피메이커를 샀습니다. 박스도 크고 묵직해서 들고 가면서 나름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파티 날 가보니 다들 들고 온 게 웃긴 머그컵, 이상한 장식품, 회사 로고 양말, 집에서 안 쓰던 조명, 10불짜리 만화책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아니 뭐 이런 거지같은걸 선물로 가져오냐.... 하다가 내가 잘못 이해했구나 싶었습니다.
선물 오픈하는 자리에서 제 커피메이커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순간 사무실 사람들 공기가 미묘해졌고, 다들 말은 안 하지만 눈빛으로 상황 파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행자는 당황해서 가격 제한을 아느냐고 나에게 물었고 저는 멋적게 웃으면서 속으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더 웃긴 건 화이트 엘리펀트는 선물을 서로 뺏고 바꾸는 규칙이 있어서 인기 있는 선물은 계속 돌아다닌다는 점입니다.
제 커피메이커는 그날 인기 폭발이었고, 여기저기 돌다가 결국 마지막에 남은 사람이 가져갔습니다. 저는 박수만 치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미국 회사에서 화이트 엘리펀트는 정성이나 가격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일부러 쓸데없는거 가져와서 같이 웃는 자리라는 걸요. 누가 제일 웃긴 걸 가져왔느냐가 포인트이지 누가 비싼 걸 샀느냐는 오히려 감점입니다. 물론 좋은거 받은사람은 저에게 땡큐하면서 나중에 일할때 도움도 많이 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누가 회사에서 화이트 엘리펀트 한다고 하면 꼭 말해줍니다. 절대 진지해지지 말라고요.
웃기면 성공이고 비싸면 실패라는 걸, 제 경험이 제대로 가르쳐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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