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게 그냥 옛날 사람들 잔소리처럼 들렸는데 살다 보니 이 말이 왜 이렇게 속담으로 오래 전달되었는지 느끼게 됩니다. 꼭 무슨 큰 교훈을 주려는 말이 아니라, 그냥 사람 사는 방식이 원래 그렇다는 걸 담담하게 말해주는 문장 같아요.
나도 이사와서 집에 CCTV 달아야지, 요즘 세상 흉흉한데 하나 달아두면 마음이라도 편하겠지, 이런 생각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아마존 장바구니에 넣어두고도 "다음 달에 하자" "아직 이 동네는 괜찮겠지" 하면서 미뤘죠.
그러다 어느 날 집 비우고 다녀온 사이 도둑이 가라지 문을 따고 결혼예물로 받은 시계하고 타블릿, 노트북 2개를 훔쳐갔습니다.
웃픈 건 그 다음날 바로 CCTV를 설치했다는 겁니다. 정말 교과서처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셈이죠.
보험 처리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구입한 영수증 날짜와 매칭되는 카드명세서 필요하다, 도난 신고 기록을 입증해야 한다, 감정가가 어떻다 하면서 시간만 질질 끌렸고, 결국 손해본 돈의 일부만 보상받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드는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왜 나는 이걸 미리 못 했을까. 왜 항상 일이 터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아직 안 일어난 일'을 과소평가하게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뉴스에서 도난 사건을 봐도 남의 일처럼 느끼고, 주변에서 당했다는 얘기를 들어도 "나는 조심하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귀찮음과 비용과 현실적인 핑계를 앞세워 미루다가, 딱 한 번의 사건에 모든 게 뒤집히는 거죠. 미국에 살면서 이런 장면을 유독 자주 봅니다. 보험도 그렇고, 건강검진도 그렇고, 은퇴 준비도 마찬가지예요. 아플 때 병원 가고, 사고 나고 나서 보험 가입 생각하고, 은퇴가 코앞인데서야 연금이니 소셜시큐리티니 검색합니다. 다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몸이 안 움직이는 거죠.
미래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중요하고, 아직 안 터진 문제는 '없는 문제'처럼 취급해 버립니다. 그래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게으름을 비웃는 속담이라기보다, 인간 심리에 대한 아주 정확한 관찰 같아요. 우리는 완벽해서 실수하는 게 아니라, 너무 인간적이라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손해를 보고 나서야 대비의 가치를 이해하고, 상처를 입고 나서야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죠. 그게 참 씁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요.
그래도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CCTV를 달면서 든 비용보다, 그걸 안 달아서 잃은 마음의 평온이 훨씬 컸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아마 다음번에는 또 다른 외양간을 미리 고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두 개쯤은, 이번엔 소를 잃기 전에 손을 대보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인생의 진리는 늘 반복되지만, 그 반복 속에서 조금씩이라도 덜 아프게 배우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 싶습니다


독수리오년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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