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아이들은 일반 아날로그 시계를 보고 시간을 잘 못 본다고들 해서 솔직히 믿기지 않았었다.
나에게 시계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고, 초등학교만 가도 아날로그 시계 읽는 법은 기본으로 배우던 시대였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주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뉴스들을 접하다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특히 숫자판없는 시침과 긴 분침으로 시간을 표현하는 아날로그 시계 앞에서는 아이들이 한참을 머뭇거린다고 한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에는 아날로그 시계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심지어 집안의 전자레인지와 가스레인지까지 모두 디지털 숫자로 시간을 표시한다. 버튼 하나 누르면 "오전 10:45"라고 똑 떨어지게 나오는데 굳이 해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아날로그 시계 읽는 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어릴 때는 집 거실 벽에 걸린 큰 시계가 온 가족의 시간을 알려주는 기준이었다.
아버지가 "지금 몇 시냐" 물으시면 시계를 올려다보고 대답하는 것이 당연했고, 학교에서도 벽시계를 보며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을 알았다. 심지어 시험 문제에도 아날로그 시계 그림을 그려놓고 시간을 맞추라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화면만 습관처럼 들여다본다. 시간을 묻자 폰을 켜서 본다. 그게 더 빠르고 정확하니까.
하지만 나는 가끔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아날로그 시계에는 단순한 시간 표시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시침과 분침, 초침이 천천히 움직이며 하루를 채워가는 모습은 시간이라는 것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흐름이라는 걸 몸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짧고 긴 바늘이 조금씩 어긋나면서 만들어내는 각도와 간격 속에, '지금은 하루의 어디쯤인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디지털 시계는 1분 전과 1분 후가 단절된 숫자일 뿐이지만, 아날로그 시계는 연속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이 차이를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다는 게 조금은 안타깝다.
물론 세상은 변한다. 디지털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에 아날로그 시계 읽기를 못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상의 작은 불편이 찾아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래된 건물의 회의실이나 기차역, 공항의 벽시계가 아날로그일 때, 아이들이 시간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곤란할 수 있다.
또 시계를 통해 배우는 '시간 감각' 역시 놓치게 된다. 바늘이 움직이는 속도를 체감하면서 배우는 기다림, 5분·10분이라는 간격을 눈으로 익히는 경험은 디지털 숫자에서는 좀처럼 얻기 힘들다.
내가 아는 한 중학생 아이는 시험 시간 배분을 어려워했다. 이유를 물으니 디지털 시계에 익숙하다 보니 '남은 시간이 15분'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시계 바늘이 어디쯤 가 있어야 하는지'는 감을 못 잡는다고 했다. 시험지 위에 벽시계를 올려다볼 때마다 혼란스러워서 문제를 풀다가 시간을 놓친다고 했다. 작은 차이 같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동시에 전 세대가 당연하게 익혀온 기본기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 시계 읽기를 가르치고는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체감할 만큼 시계를 접하지 않으니 배우자마자 금세 잊어버린다.
나는 그래서 집 거실에 일부러 아날로그 벽시계를 걸어두었다. 아이들이 시간을 물을 때마다 "스스로 보고 말해봐"라고 한다.
처음에는 버벅거리고 헷갈려하더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바늘이 12를 넘어가고 있다는 걸 보며 "이제 곧 점심이구나"라는 시간 감각을 키워가고 있다. 물론 아이들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더 자주 보지만, 최소한 아날로그 시계를 보고 시간을 읽을 줄은 알게 됐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눈은 세대마다 달라진다. 나는 여전히 벽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의 반짝이는 숫자를 보며 시간을 확인한다.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와플로켓런처
똘이분대장
하와이순두부


언제나 Atlanta | 
띵호와 USA 뉴스 | 
열심히 달리는 CPA | 

Gouch Cap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