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를 보다 보면 "이게 진짜 가능한 일인가?" 싶은 소식, 특히 돈액수가 좀 너무 크다고 생각되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며칠 전에는 AI.com이라는 단순한 영어 2글자 도메인이 무려 7천만 달러에 팔렸다는 소식이다.

직장인으로서 하루 종일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보여주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AI.com을 인수한 사람은 크립토닷컴의 CEO 크리스 마잘렉이다.

거래는 도메인 중개업체를 통해 이루어졌고, 금액은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천억 원 수준이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대금이 전액 가상화폐로 지불됐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자산으로 디지털 주소를 사는 시대라니 정말 인터넷 경제의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거래는 공개된 도메인 매매 역사상 최고가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2010년에 거래된 CarInsurance.com으로 약 4,970만 달러였다. 그 뒤로 VacationRentals.com이 3,500만 달러, Voice.com과 PrivateJet.com이 각각 3,000만 달러 수준이었다. 한때 인터넷 전설처럼 불리던 Sex.com도 1,300만 달러였으니 AI.com의 가격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알 수 있다.

도메인 투자라는 개념은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좋은 위치의 땅을 선점하듯, 짧고 기억하기 쉬운 인터넷 주소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영어 2개 단어 도메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영어 알파벳이 26자 이니까 26x26=676개의 조합만 존재한다고 한다. 현재 모든 조합이 이미 등록되어 있어 경매나 직거래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고 인터넷 초창기에 이런 주소를 몇 천 달러에 사 두었던 투자자들이 수십 배, 수백 배의 수익을 올린 사례도 많다.

하지만 이번 AI.com 거래는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마잘렉 CEO는 AI를 앞으로 10~20년 동안 가장 큰 기술 흐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Crypto.com이라는 상징적인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AI.com까지 더하면서 디지털 경제의 두 축을 동시에 잡은 셈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강력한 카테고리 도메인 두 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가 구상하는 서비스도 미래적이다. AI.com을 기반으로 인간을 대신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주식 거래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개인 비서와 금융 매니저 역할을 동시에 하는 AI를 인터넷의 중심 주소에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뉴스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좋은 도메인을 사는 것이 마케팅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산업의 상징을 선점하는 일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검색보다 직접 주소를 입력하는 시대는 지나갔지만, 브랜드 신뢰와 상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40대가 되니 기술 뉴스도 투자 관점에서 보게 된다. 비트코인, AI, 클라우드 같은 단어들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인프라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20년 전에는 닷컴이 미래였고, 지금은 AI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몇 년 후에는 이 거래가 비쌌다고 말할지, 오히려 싸게 샀다고 말할지 평가가 갈릴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거대한 기술 물결이 시작되는 시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