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서른을 넘기고 나서 중반이 되는 이제는 '어제 뭐 먹었지?'보다 '오늘 뭐 먹지?'가 더 중요해진 나이다.

근데 희한하게도, 매일 아침 7시쯤이면 누가 알람이라도 맞춰놓은 것처럼 배가 '꼬르륵'하고 울린다.

심지어 주말에 늦잠 자려고 해도 소용없다. 배는 정직하다. 왜 이 시간만 되면 이렇게 배가 고픈 건데?

바로 이게 흔히 말하는 "배꼽시계"다. 배꼽시계, 그냥 말장난이 아니다

사실 배꼽시계는 과학적으로도 설명되는 현상이다.

우리 몸에는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이라는 내부 생체시계가 있다.

이건 빛, 온도, 호르몬 분비, 심지어 식사 시간까지 포함해서 하루 24시간 주기를 몸이 기억하는 시스템이다.

뇌 속에 시계가 하나 박혀 있어서 "이 시간엔 자야 하고, 이 시간엔 밥 먹어야 하고" 같은 루틴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유지한다는 거다.

우리 뇌는 '식사 시간'도 기억하기 때문에 식사할 때가 되면 위장에서 위액도 분비되고, 장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몸이 스스로 "밥 줘~" 하면서 배가 요란해지는 거다.

그럼, 다른 나라 가면 배꼽시계는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을 갔다고 치자.

밤 10시에 비행기 타서 12시간 날아갔더니 현지 시간은 아침 9시.

그런데 내 몸은 여전히 한국 시간으로 밤 11시.

밥 생각이 없는데 호텔 조식은 벌써 나오고, 같이 간 친구는 "베이컨 꿀맛~"이라며 접시를 비운다.

그때 궁금해진다. "지금 이 나라 시간에 맞춰 밥을 억지로라도 먹으면 시차가 빨리 적응될까?"

정답은... "예." 놀랍게도 식사 시간 조절이 시차 적응에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밥이 시차적응의 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차 적응을 돕는 데는 빛(햇빛) 노출, 수면, 운동 외에도 "언제 먹느냐"가 꽤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왜냐고? 식사 시간은 우리 몸의 생체리듬 중 하나인 '대사 리듬'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아침밥을 현지 시간에 맞춰 먹으면 뇌가 "아, 지금이 아침이구나" 하고 인식하게 된다.

이게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배꼽시계도 새로 맞춰진다.

그래서 요즘은 장거리 비행하는 시차적응 고수들은 현지 시간에 맞춰 식사 루틴을 조절해서 빠르게 시차를 극복하는 전략을 쓴다.

그렇다고 막 억지로 먹으란 소리는 아니다. 현지 시간에 맞춰 '가볍게' 먹으면서 몸에게 신호를 주는 게 핵심.

예를 들어, 미국 도착해서 현지 아침 8시면 요거트나 바나나, 오트밀 같은 걸 먹고 점심은 가볍게 샐러드나 샌드위치로, 저녁은 제대로 챙겨 먹는 식으로

하루 2~3끼를 현지 시간에 맞춰서 먹으면 몸이 훨씬 빨리 적응한다.

배꼽시계는 단순히 "배고프다"가 아니라 "네 몸이 이 시간에 밥을 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이걸 잘 이용하면 아침을 거르지 않게 되고, 여행할 때도 훨씬 덜 힘들게 시차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니까 다음에 해외여행 가서 '왜 이 시간에 배가 고프지?' 싶으면, 내 몸의 리듬을 리셋할 기회다.

밥 시간도 건강의 일부라는 걸, 오늘 아침 꼬르륵이 다시 알려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