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니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살다 보면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세 아들을 키우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자주 찾아오는지, 이제는 셈도 안 된다.
큰아들 둘째, 막내 제각각 이유로 나를 속 썩일 때마다 결국 나는 무릎 꿇고 기도하게 된다.
..........어차피 기도밖에 할 게 없으니까.
큰아들은 자랑이었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똑똑한 아이.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늘 웃으며 살아남던 녀석이었는데, 몇 년 전 운동을 하다가 허리디스크가 찾아왔다.
증상히 심해서 걸음조차 제대로 못 걷는 날이 많아지면서 결국 일을 쉬게 됐다. 나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지만 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병원, 재활, 약물치료...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그럼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날, 나는 그저 "하나님, 제 아들을 다시 걷게 해주세요" 하고 속삭일 뿐이었다.
둘째는 또 다른 걱정거리다.
어린 나이에 사랑한다고 결혼했고, 예쁜 아들까지 낳았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고, 지금은 싱글 대디로 혼자 아이를 키운다. 아이 엄마 없이 혼자 직장과 육아를 오가는 둘째를 보면 안쓰럽다가도, 가끔은 왜 이렇게 인생을 서두르다 상처를 받았나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또 기도한다. "하나님, 이 아이에게 지치지 않을 힘을 주세요. 아버지로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요."
그리고 막내.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고 있지만 게임에 중독돼 밤을 새우는 건 기본, 마리화나까지 손을 대며 생활 패턴은 엉망이다. 두 형이 잔소리와 질타를 쏟아내도, 막내는 그냥 웃어 넘긴다. 그 모습이 더 속을 태운다. 친구와 함께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걸 보면, 이 아이의 미래가 안개처럼 희미하게만 보인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하나님, 이 아이가 길을 잃지 않게 해주세요."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게 기도해서 뭐가 달라졌냐고.
솔직히 말하면, 기도한다고 해서 상황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았다. 큰아들의 허리가 갑자기 나아진 것도, 둘째의 고단한 삶이 하루아침에 편해진 것도, 막내가 게임을 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도는 나를 버티게 한다.
세 아들의 문제를 온전히 내가 짊어지고 가려 했다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기도는 내가 짊어진 짐을 잠시 하나님께 내려놓는 시간이다.
기도는 해결책이 아니라 숨 쉴 틈이다. 그리고 그 틈이 있기에 나는 다시 하루를 산다.
아마 내일도, 모레도, 삼형제가 또 나를 속 썩일 것이다. 그때 나는 또 무릎을 꿇겠지....어차피 기도밖에 할 게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