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살다 보면, 매일 보는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날이 있다.
시애틀에서 살아온 지 5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가끔은 관광객처럼 설렌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페리선(Ferry)"이다.
시애틀 페리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이건 거의 '바다 위의 전철'이자 '떠다니는 전망대'다.
대중교통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이건 로맨틱한 영화의 한 장면을 현실로 만든 이동 수단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누군가는 청혼을 한다.
시애틀 다운타운의 Colman Dock (Pier 52) 가 가장 유명한 출발지다. 여기에 도착하면 늘 사람들로 붐비는데, 그 중 절반은 퇴근길 직장인이고, 나머지는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바다를 건너려는 사람들이다.
가장 인기 있는 노선은 Bainbridge Island(베인브리지 아일랜드) 로 향하는 페리다. 40분 정도 걸리는데, 타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압권이다. 도시가 점점 멀어지고, 그 자리에 바다와 산, 그리고 희미한 마운트 레이니어가 펼쳐진다.
물론이다. 시애틀 페리는 사람만 태우는 게 아니다. SUV, 트럭, 오토바이까지 전부 실을 수 있다. 운전해서 줄을 서 있으면, 안내 직원이 "lane 3, please!" 하면서 친절하게 유도해준다.
이동 중에도 차 안에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갑판으로 올라간다. 왜냐고? 상쾌한 바닷바람과 경치 때문이다.
요금은 거리와 차량 유무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베인브리지 노선의 경우, 도보 승객은 약 $9~$10, 차량 + 운전자는 약 $18~$20, 왕복 요금은 아니고, 시애틀에서 나갈 때만 요금 부과. 돌아올 때는 공짜다. 뭔가 이상하지만, 고맙게도 그게 워싱턴 주의 방식이다.
재미있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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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 가능: 목줄만 잘 하고 있으면 멍멍이도 함께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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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있음: 내부엔 스낵바도 있어서 핫도그, 커피, 쿠키 같은 걸 사 먹을 수 있다.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페리 프리미엄'이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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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노을 미쳤음: 오후 4시쯤 페리 타면, 도시의 뒷모습과 노을이 어우러져 영화처럼 된다. 데이트에 완전 추천.
누구에게 추천하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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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많은 직장인: 바닷바람 맞으며 걷는 40분, 생각보다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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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말 안 해도 알 거다. 진심 로맨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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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좋아하는 사람: 페리 위에서 찍는 시애틀 스카이라인, 인스타그램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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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데리고 나들이: 배 탄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겐 대모험이다.
나는 가끔 퇴근 후 아무 생각 없이 페리를 타고 베인브리지에 갔다가, 스타벅스 하나 들고 다시 돌아오곤 한다.
시애틀 페리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내게는 잠시 '일상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통로다.
언제 시간이 된다면, 당신도 한번 타보시길. 시애틀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