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동안 내 친구처럼 살다가 한달정도 아프더니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찰리가 없는 집은 아직도 적응이 안되네요
그냥... 집에 들어오면 썰렁하게만 느껴져요. 이젠 새로 반려동물을 들이고 싶단 생각도 없네요. 너무 힘들다보니...
아침이면 꼬리를 흔들며 내 방문 앞에서 기다리던 그 아이가 없고, 저녁엔 밥 달라고 애타게 쳐다보던 그 눈빛도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아있어요.
찰리는 골든리트리버 특유의 밝고 착한 성격에, 살짝 오지랖도 많고 질투도 많았던 녀석.
특히 먹을 거에 대해선 한 치의 양보도 없던 녀석이었죠.
과자 봉지 소리만 나면 어디선가 번개처럼 튀어나와 앉지도 않고 그 자리에 고정된 눈빛으로 절 쳐다보곤 했어요.
간식 하나 안 줬다고 삐쳐서 제 방 문 앞에 등을 돌리고 앉아있던 그 귀여운 뒷모습이 아직도 선해요.
어쩌면 찰리는, ‘사람이 될 수 없는 가장 사람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제 기분이 안 좋을 땐 꼭 옆에 와서 등을 기대고 앉아있었고, 눈물이 날 땐 조용히 제 손등을 핥아주곤 했거든요.
말은 없지만, 그 따뜻한 눈빛과 체온이 저를 다독여주던 날들이 많았어요.
마지막 날, 찰리는 제 무릎에 머리를 얹은 채 천천히 숨을 거뒀어요. 눈을 감기 직전까지 저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너무 힘든 기억이라 자세히는 쓰지 못하겠지만, 찰리는 정말 멋지게, 조용하게, 품위 있게 떠났어요. 끝까지 저를 걱정해주는 눈빛으로.
요즘은 산책하다가 찰리 닮은 개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요.
밝은 황금빛 털을 가진 골든리트리버가 제 눈앞을 지나가면, 너무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너무 슬퍼요.
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럴 땐 괜히 선글라스를 고쳐 쓰거나 핸드폰 보는 척하면서 눈물을 훔쳐요.
너무 웃기죠? 36살이 돼서 길가에서 강아지 보고 울 줄은 몰랐어요.
가끔은 찰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 어디쯤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겠구나, 그런 생각도 해요.
여전히 간식 보고 침 흘리면서도, 내가 슬프면 어디선가 귀를 쫑긋 세우고 뛰어올 것만 같아요.
이제는 찰리를 다시 안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 아이는 제 마음 속에 아주 단단히 자리 잡고 있어요. 늘 그럴 거예요.
찰리야, 네가 없는 날들이 너무 낯설고 외롭지만, 너와 함께한 12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계절이었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때는 간식 많이 챙겨서 갈게. 삐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