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미국에서 집을 산다는 건 참 감회가 새롭네요.
저는 지금 텍사스 달라스에 살고 있고, 미국에 이민 온 지는 어느덧 17년쯤 됐어요.
20대엔 학생 신분으로 시작했고, 30대엔 취업비자, 영주권, 시민권까지 차례대로 거치며 정신없이 달려왔죠.
그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이라는 단어는 머릿속 어딘가에만 늘 존재했지, 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나이가 40대가 되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더 이상은 월세만 내며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요.

달라스라는 도시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 가격이에요.
캘리포니아, 뉴욕 같은 데서 들려오는 집값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곳에서의 현실이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 느끼게 되더라고요.
물론 요즘은 여기도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40만불 가격대에 꽤 괜찮은 집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메리트였죠.

하지만 집을 산다는 게 단순히 “가격만 맞으면 된다”는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첫 번째로 마주한 건 바로 크레딧 점수와 모기지 승인이었어요.
저는 그동안 신용카드를 아주 보수적으로 써왔고, 자동차도 현금으로 샀었거든요.
그게 ‘빚 없이 깔끔하게 산다’고 자부했었는데, 막상 집을 살 땐 그게 불리한 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죠.
신용 기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처음엔 좋은 이자율이 안 나오는 거였어요.
그때 깨달았죠. 미국에서는 ‘잘 갚는 빚’을 가지고 있어야 신용이 쌓이는 나라라는 걸요.

두 번째는 다운페이먼트였어요.
20%를 넣자니 손에 쥔 현금이 거의 사라지고, 5%로 하자니 PMI(모기지 보험료)까지 붙고, 월 납입금도 부담스러워지고요.
결국 저는 중간 지점인 10% 정도를 선택했어요.
그게 제 상황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거든요.

그리고 집을 산다는 건 단순히 ‘이자+원금’을 갚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재산세, HOA, 보험, 관리비, 유지보수… 그동안 월세 살면서 집주인이 알아서 해주던 일들을 이제 제가 다 챙겨야 한다는 거였죠.
특히 텍사스는 재산세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월세보다 내 집이 더 부담될 수도 있다는 현실도 맞닥뜨렸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집이 생겼다는 건 확실히 다른 감정이네요.
출퇴근 후 차고에 차를 대고 문을 열고 들어올 때, 그 집이 내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리만큼 뿌듯했어요.
이제는 벽에 못을 박을 때도 집주인 허락 없이 할 수 있고, 작은 정원에 내가 원하는 꽃을 심을 수도 있죠.
무엇보다도 “앞으로 10년, 20년 이 집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안정감이 생겼다는 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재테크라는 말은 사실 이민 초창기에는 너무 멀게 느껴졌던 말이에요.
그저 월급 받아 생활비 쓰고, 남는 돈 저축하기 바빴거든요.
하지만 40대가 되고 나니 “자산”이라는 걸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미국에서 오래 살 생각이라면, 집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노후를 위한 자산의 한 축이라는 걸요.

물론 집값이 늘 오를 거라는 보장은 없고, 갑작스러운 수리비나 세금 인상 같은 변수도 많지만, 그래도 집을 산 건 제 이민 생활 중 하나의 이정표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달라스에서 쭉 살아갈 생각인데 집 한 채는 꼭 필요하죠.
그게 단순한 재테크 수단이든, 나와 가족을 위한 안정된 터전이든 간에 말이에요.
미국에서 40대에 내 집을 갖는다는 건, 참 여러 의미가 있는 일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