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롱스라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꽤 극단적이다.

누군가에게는 힙합의 고향, 양키스 홈구장, 다리 너머 북쪽의 거친 동네가 생각나고, 누군가에게는 생기 넘치는 스트리트 문화, 아프리카·카리브·라틴 커뮤니티가 어우러진 활기찬 거리 풍경이 떠오른다. 처음 뉴욕에 와서 "브롱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솔직히 영화 속 범죄 도시 같은 분위기를 상상했다. 하지만 발을 딛고 돌아다니다 보면 한쪽 이미지로만 정의하기에는 브롱스가 너무 다층적인 동네라는 걸 느끼게 된다.

힙합과 스트리트 문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힙합의 태생지가 바로 브롱스다. DJ 쿨 허크가 아파트 파티에서 레코드 돌리며 새로운 비트를 만들고, 래퍼들이 마이크 잡고 이야기를 쏟아내던 곳. 그저 음악 장르 하나가 아니라, 가난과 차별, 도시 문제 속에서 젊은이들이 스스로 만든 문화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감회가 다르다. 지금도 거리 여기저기서 스프레이로 그린 그래피티가 눈에 들어오고, 공원 벤치나 계단에 앉아 비트 틀어놓고 랩을 주고받는 청년들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뉴욕 중심에서 볼 수 없는 날 것의 에너지가 있다.

또 하나는 야구. 뉴욕 양키스 하면 생각나는 바로 그 브롱스! 양키스 스타디움은 게임 날이면 지하철역부터 붐빈다. 모자 뒤집어쓴 팬들, 핫도그 들고 뛰는 아이들, 응원 구호가 울리는 경기장 분위기. 한 번쯤은 직접 가서 7회 스트레치에 다같이 노래 부르는 경험을 해봐야 그 재미를 안다.

상상보다 초록도 많다. 브롱스 동물원, 뉴욕 식물원 같은 거대한 녹지 공간이 있다. 번화가에서 버스 몇 정거장만 벗어나면 갑자기 숲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주말에 가족 단위로 도시를 벗어난 피크닉 느낌을 즐길 수 있고, 식물원은 계절 따라 꽃과 나무 색이 바뀌어 산책하기 좋다.

물론 브롱스에는 거친 면도 분명 있다. 변두리 골목이나 밤 시간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오래된 아파트가 밀집된 곳은 외지인이 들어가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주민들이 서로 인사하고 커뮤니티가 서로의 생활을 지탱하는 정감도 느껴진다.

라틴 음악 흘러나오는 식당에서 타코 하나 시켜 먹으면, 거리에서 농구하던 아이들이 문틈으로 쳐다보며 웃는 모습까지 포함해 그게 바로 브롱스의 생활감이다.

정리하자면, 브롱스는 단순히 위험하거나 거칠다고 정의내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힙합, 야구, 라틴 커뮤니티, 그래피티, 도시 생활과 자연의 공존, 삶의 에너지까지 모두 섞여 있는 살아 있는 동네다.

맨해튼의 반듯함과는 다르고, 브루클린의 세련된 감성과도 또 다르다. 브롱스는 목소리가 크고 생기가 넘치며, 날것 그대로의 뉴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지역이다. 그래서 한번 걸어 보면 생각보다 훨씬 풍부한 색을 가진 도시라는 걸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