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이제 뉴욕에서 30년 넘게 살다보니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맨해튼을 바라보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맨해튼으로 간다.
예전에는 거기 쌍둥이 빌딩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One World Trade Center가 혼자서 하늘을 찌르듯 서 있다.
같은 자리인데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쌍동이 빌딩이 있던 시절의 맨해튼은 위로 퍼져 나가는 힘 같은 게 있었다면,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묵직하게 버티고 서 있는 느낌에 가깝다.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를 타고 맨해튼으로 들어갈 때마다 그 변화를 가장 또렷하게 느끼게 된다.
2001년 이후 한동안은 맨해튼 쪽을 일부러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바다 건너로 보이던 연기와 먼지의 기억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허전한 스카이라인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왔다.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도 감정은 복잡했다. 다시 짓는다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아무리 새 건물이라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공사가 조금씩 진행되면서 스태튼 아일랜드 쪽에서 보이는 맨해튼 실루엣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철골이 눈에 띄었고, 어느 날은 꼭대기가 갑자기 높아져 있었다. 마치 도시가 조용히 숨을 고르며 다시 일어나는 과정처럼 보였다.
완공된 뒤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은 의외로 차분했다고나 할까. 높은 빌딩 특유의 화려함 보다는 우직해 보이고 좀 단단하게 느껴졌다. 유리 외벽이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지만 그 반짝임이 과시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으니까.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보면 특히 그렇다. 멀리 떨어진 거리 덕분에 건물의 의미가 디자인보다 먼저 다가온다. 이건 새 랜드마크라기보다, 뉴욕이 다시 여기까지 왔다는 표시처럼 보인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던 날 이후 뉴욕은 많이 변했다. 보안은 더 강화됐고, 도시의 속도도 달라졌다.
그 변화의 결과물이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더 높고, 더 강하고, 더 안전하게 지어졌다는 설명보다, 다시는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건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바라보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볼 때마다 감정은 조금씩 달라진다. 어떤 날은 그저 맨해튼 스카이라인의 일부처럼 보이고, 어떤 날은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분명한 건, 쌍둥이 빌딩이 사라진 자리에 아무것도 두지 않고 비워두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뉴욕은 무너진 뒤에도 다시 짓는 도시였고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 저렇게 서 있다.
한참 떨어진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그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이 도시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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